[기자의 눈] "미래를 여는 젊은 시선"…韓日 학생 교류에서 찾은 희망

동북아역사재단의 3박 4일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 현장. ⓒ 뉴스1 김정한
동북아역사재단의 3박 4일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 현장. ⓒ 뉴스1 김정한

(하기=뉴스1) 김정한 기자 = 최근 일본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의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 현장을 취재했다. 이번 동행에서 목격한 것은 양국 관계의 오랜 긴장과는 사뭇 다른, 놀랍도록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였다.

처음 만남의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K-팝, 드라마, 일본 망가(만화), 김밥, 돈카츠, '진짜'·'귀여워'·'가와이' 등 양국에서 서로 유행 중인 최신 단어들이 오가자 아이들 사이의 경계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들은 역사와 정치의 복잡한 논리보다 현재의 문화와 공감대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언어 장벽은 스마트폰 번역 애플리케이션과 서툰 몸짓,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 앞에서 무의미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생활, 좋아하는 음식, 장래 희망 등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빠르게 친구가 됐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의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함께 웃고 공감하는 '현실의 친구'로 서로를 받아들였다.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등 아픈 과거사를 함께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위로했다. 이번 교류는 미래의 한일 관계가 나아갈 가장 확실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19일, 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사비에르고와 하기코엔고 학생들과 함께 장생탄광 수몰사고 현장 앞 바닷가에서 추도식을 올린후 꽃을 바다에 띄우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히스토리D 제공)

한일 학생 교류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젊은 세대가 스스로 관계의 주체가 됐다는 점이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복잡하고 때로는 첨예한 관계 구조에서 벗어나, 그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이해를 쌓아 올렸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의 역동적인 문화를, 한국 학생들은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질서를 체험하며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배웠다.

이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선 미래 관계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됐을 때, 서로에 대한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유연하고 현명하게 난제들을 풀어나갈 것이다. 정치적 갈등이 첨예해질 때마다 흔들렸던 과거의 관계와 달리, 젊은 세대의 강력한 인간적 연결망은 양국 관계를 지탱하는 굳건한 기반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의 해법은 거창한 외교 테이블이나 합의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선에 있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마주한 이들의 우정이야말로 수많은 난관을 뚫고 미래를 열어갈 강력한 가능성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