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더미 숨어 살아난 9살 소녀, 제주사위 최휘영에게 소망하다(종합)

4·3 생존자 87세 고완순 할머니 "설문대할망 전설처럼 평화로운 섬이 되길"
최휘영 장관 "진주와 같은 서귀포의 매력…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 확산하겠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4·3 생존자 87세 고완순 할머니

(제주=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4·3 당시 저는 9살이었습니다. 저는 옴팡밧 시쳇더미 숨어서 목숨을 건졌지만 4살 동생은 군인의 몽둥이를 머리를 맞아서 앓다가 죽었습니다. 이제 제가 87세가 되니 설문대할망 전설로 열린 이렇게 기쁜 자리에도 옵니다"

조천읍 북촌리에 거주하는 고완순 할머니는 18일 서귀포 천지연폭포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5 문화의달 개막식 축하공연 마지막 무대에서 '걱정말아오 그대'를 부르기에 앞서 "설문대할망의 전설처럼 이제 제주도가 다시 그 어떤 고통이 없는 섬이 되고 평화로운 섬으로 살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자가 먼저 사라지는 등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지만 '2025 문화의 달' 개막식은 전국 곳곳이 저마다의 특색있는 문화를 살려야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날 기념식은 '다시! 하늘과 바람과 바다: 서귀포가 전하는 신들의 지혜'를 주제로 진행됐다. 무대에는 주제공연 '설문대할망 본풀이'는 서귀포의 다양한 문화예술을 집약한 공연이었다.

주제공연 '설문대할망 본풀이'

고완순 할머니를 비롯해 어린이들 그리고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과 합창단, 대정읍민속보존회, 양능석밴드, 제니크퀸텟, 서귀포무용단들이 각자의 기량을 모아서 설문대할망 전설을 풀어냈다. 설문대할망은 거인형 여신으로 제주도를 손수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한라산을 만들려고 옮기던 흙이 떨어져 오름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제주를 찾은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아내를 소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최 장관은 "여러분 방갑수다예~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휘영이우다, 저는 예쁜 제주 색시에게 장가온 육지사위우다"이라고 개인사를 소개해 큰 환호를 얻었다.

최 장관은 "제주도는 서울, 부산 다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며 "지난 추석 연휴에는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1%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치는 제주가 가진 매력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진주와 같은 서귀포의 매력이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문체부도 힘껏 동참하겠다"며 "아울러 전국 곳곳이 매력적인 문화로 빛날 수 있도록 특색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 확산과 문화 향유 여건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 문화의달 개막식 축하공연 마지막 무대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념행사는 천지연폭포, 자구리공원, 서귀진지 등 5개 행사장에서 열린다. 천지연폭포·새연교에서는 도내 예술인과 동아리가 참여하는 '우리동네 예술인' 공연, 제주 해녀가 등장하는 '물질', 청년 버스킹 등 음악·연극·무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귀진지와 자구리공원에서는 관객 참여형 연극·무용, 요가·명상 체험, 지붕 없는 도서관(야외 독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중섭거리에서는 지역 예술단체 전시, 그림 그리기 시연, 마켓이 함께 열리며, 세부 일정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주제공연 '설문대할망 본풀이'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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