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숨긴 평가위원, 자기 회사에 '최고점'…이기헌 의원 "콘진원 파악 못해"
인디게임 지원사업서도 유사 사례…'셀프체크' 의존 탈피·교차 검증 장치 필요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위탁용역 평가에서 이해충돌 검증에 구멍이 드러났다. 업체 임원으로 재직했던 인사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자사에 최고점을 부여했지만 콘진원은 이 사실을 파악조차 못한 상태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의원에 따르면, A 업체 임원으로 2019년 5월까지 재직한 B씨가 2018년과 2020년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자사에 최고점을 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B씨는 2018년 A 업체에 74점을 주는 등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를 매겼다. 2020년에는 A 업체에 87점을 부여했고, 다른 업체에는 50점대와 60점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A 업체는 2018년 심사에서 3순위로 평가돼 최종 선정에는 실패했지만, 2020년 심사에서는 1순위로 평가돼 시상식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이기헌 의원실 관계자는 자사에 대한 고득점이 최종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콘진원은 "B씨가 전문가풀 등록 시 A 업체 임원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차례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위원이 제출하는 '참여 제한 체크리스트'에서 B씨는 이해관계가 '없음'이라고 표기했고, 평가 당일에도 이해관계를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실의 지적 이후 콘진원은 B씨를 전문가풀에서 영구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사례는 단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올해 초 '2025년 인디게임 개발지원 스타트업·법인' 사업에서도 평가위원이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평가를 진행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어, 상시적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기헌 의원은 '평가위원의 이해충돌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셀프 체크리스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풀 등록 단계에서 경력을 교차 검증하고, 이해충돌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중문화예술상은 2010년부터 문체부와 콘진원이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과 종사자를 포상하고 매년 시상식을 개최해 온 사업이다. 콘진원은 매해 입찰공고로 위탁업체를 모집하고, 위원장 1인을 포함한 7인의 평가위원이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번 사안은 '최근 3년 재직 시 평가 불가'라는 명시 규정이 있었음에도 실무 단계의 경력 검증과 자기신고에 대한 사후 점검이 부실할 경우 이해충돌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향후 전문가풀 관리체계 정비, 경력·소속 교차 검증, 평가 당일 현장 재확인 절차 강화 등 실효적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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