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갤럭시, 오렌더, 그리고 인티머스

인티머스 센트릭 스피커.ⓒ 뉴스1
인티머스 센트릭 스피커.ⓒ 뉴스1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현재 필자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S10이다. 줄기차게 아이폰만 쓰다가 2016년 LG V10으로 넘어왔고 그러다 올해 S10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다. 이처럼 iOS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탄 것은 운영체제나 기기간 호환성 면에서 애플 특유의 폐쇄성에 피곤해진 이유도 있지만, LG나 삼성 스마트폰의 품질이 어느새 믿고 쓸 수 있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 썼던 ‘손담비폰’ 때만 해도 불만이 많았다. 국산이라서 쓴다고? 절대 아니다. 성능이 좋으니까 쓰는 것이다.

오디오쪽도 마찬가지다. 외국 브랜드가 과포화 상태라고 할 만큼 넘쳐나는 이쪽 세계에서 ‘성능’으로 인정받은 국산 브랜드가 몇몇 있다. 대표적인 게 뮤직서버로 유명한 오렌더(Aurender)다. 뮤직서버는 디지털 음원을 저장할 수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외부(NAS,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끌어올 수도 있는 기기. 오렌더는 이 뮤직서버 분야에서 자타공인 세계 일류다. 외국 오디오쇼에 가보면 오렌더의 플래그십 W20을 자신들의 시스템에 투입한 제작사가 부지기수다.

휴대용 뮤직플레이어에서는 아스텔앤컨(Astell&Kern)이 세계 원톱이다. 고품질 플레이어로서 아예 판 자체를 바꾼 주인공이다. 이밖에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에서는 솜(SOtM), 진공관 앰프와 케이블에서는 올닉(Allnic), 라우터와 디지털 기기쪽에서는 웨이버사(Waversa), 인슐레이터나 디퓨저 같은 오디오 액세서리 분야에서는 택트(Takt)와 하이파이 스테이(HiFi Stay) 등이 믿고 쓸 수 있는 국산 브랜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다. 인티머스(Intimus)다.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워낙 규모가 작은 제작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력으로만 따지면 올해로 벌써 28년차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3년 이 회사의 ‘디바30’(DiVa 30)이라는 풀 디지털 앰프를 직접 구매해 썼었고, 인티머스의 전신인 크리스(Chriss)에서 2004년에 만든 ‘루나’(Luna) 스피커는 지금도 집에서 쓰고 있다. 지난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오디오쇼, 그리고 4월 상하이오디오쇼에서 인티머스 제품을 봤을 때 반가웠던 이유 중 하나다.

인티머스 역시 ‘성능’은 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특히 최근 제작사 시청실에서 직접 들어본 ‘센트릭’(Centrik)이라는 액티브 스피커의 똘똘한 성능과 똘망똘망한 기능에 깜짝 놀랐다. 63만원이라는 가격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상. 작은 크기의 북쉘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저역의 양감과 펀치력, 소형 스피커 특유의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와 또렷한 음상에 매료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 스피커로 음악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아니면 PC 뿐이다.

센트릭 스피커 전면과 후면.ⓒ 뉴스1

하나하나 따져보자. 센트릭은 폭 160mm, 높이 275mm, 안길이 226mm의 소형 스피커다. 15W 출력의 앰프를 내장했기 때문에 별도 앰프가 필요 없고, 블루투스 기능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소스기기나 플레이어가 필요 없다. 앰프와 블루투스 리시버는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마스터’ 스피커에만 장착됐고, 왼쪽 ‘슬레이브’ 스피커와는 일반 스피커케이블로 연결된다. 마스터 스피커에는 PC와 연결을 위한 USB-B타입 입력단자와 스마트폰 등의 유선연결을 위한 3.5mm 아날로그 입력단자도 갖췄다. 옵션으로 디지털 광 입력단자도 달 수 있다. 인클로저는 MDF 재질.

설계디자인 면에서 보면 센트릭은 풀 디지털 앰프를 내장한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다. ‘풀 디지털’이라고 부르는 것은 입력되는 디지털 음악신호의 증폭과정에 ‘아날로그’ 단계가 끼어들지 않기 때문. 예를 들어 PCM(펄스코드변조) 형태의 mp3 음원이 블루투스나 USB케이블로 들어오면, 마이크로 프로세서에서 이를 PWM(펄스폭변조)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를 곧바로 증폭(클래스D)해 스피커를 구동시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앰프는 디지털 신호를 일단 아날로그 신호로 바꾼 후에 증폭을 시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PCM 신호를 PWM 신호로 바꿔주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역시 ‘펄서스’라는 국산 브랜드 칩을 쓰고 있다는 것. 15W 증폭이 이뤄지는 클래스D 칩 역시 국산 제품이라고 한다.

스피커 유닛은 동축 2웨이 구성.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와 중저역을 담당하는 미드우퍼가 같은 중심축에 있기 때문에 동축이다. 언뜻 보기에 한 개 유닛으로 보이는 이러한 동축 구조는 고역과 중저역의 출발점이 동일축에 있기 때문에 음상이 또렷하고 가상의 사운드스테이지가 정확하게 펼쳐지는 장점이 있다. 모델 이름인 ‘센트릭’도 이 같은 동축 구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1인치(25mm) 패브릭 돔 타입, 미드우퍼는 5.25인치(135mm) 폴리프로필렌 콘 타입. 두 유닛 모두 미국 데이튼 제품을 썼다. 이밖에 두 스피커 뒤쪽에 동그란 포트(구멍)가 있는 것은 센트릭 스피커가 저음 보강 및 중고역 음질 향상을 위해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는 강력한 블루투스 기능과 24비트/96kHz 음원(192kHz 업샘플링)까지 지원하는 USB 입력 기능이 돋보인다. 여기에 김주영 인티머스 대표가 직접 설계한 DSP(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를 통해 총 6개의 EQ를 내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6번 영화 모드를 선택하니 스피커 크기와 출력을 잊게 하는 엄청난 극장사운드가 터져 나왔다. 작은 볼륨에서도 저역 사운드의 음압을 높여주는 라우드니스(loudness) 기능도 심야에 음악을 자주 듣는 애호가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기능이다. 이밖에 볼륨과 입력선택을 할 수 있는 작은 리모컨이 제공되지만, 안드로이드폰이나 PC에서 직접 볼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우선 PC에서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타이달(Tidal)을 이용해 여러 곡을 들어봤다. 에릭 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은 환호하는 관객의 원근감과 기타 연주의 디테일이 나무랄 데 없었는데, 무엇보다 다른 곳에 서브우퍼를 숨겨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역의 에너지감이 대단했다. 기름기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생기 가득한 음인 것도 마음에 든다. 마이클 잭슨의 ‘Jam’에서는 15W 출력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음들이 터져 나왔다. 거의 우레와 같은 소리였다.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무대의 공간감은 센트릭이 잘 만든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라는 반증이다.

이번에는 블루투스로 들어봤다. 필자의 S1 스마트폰과 간단히 페어링을 한 후 나윤선의 최근 8집 수록곡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를 스트리밍 서비스 코부즈(Qobuz) 앱으로 들었다. 마치 트램펄린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 같은 음의 탄력감이 장난이 아니다. 음의 뒤끝이 개운한 점도 좋았다.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은 스피커의 작은 크기를 배반하는 크고 중량감 있는 소리가 시청실을 가득 메웠다. 멜론 앱으로 들은 카더가든의 ‘명동콜링’은 디테일과 감촉이 살아있는 절창. 피아노가 필자 바로 앞에 실물사이즈로 그려진 점도 다행이다.

물론 센트릭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곡에 따라서는 무대의 안길이가 좀 더 길게 펼쳐졌으면 싶었고, 클래식 대편성곡을 큰 볼륨으로 들어보면 확실히 스피커가 버거워하는 모습이 파악됐다. 소릿결이 좀 더 곱고, 배경이 좀 더 적막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센트릭이 내건 가격을 감안하면 과분한 욕심이다. 담백한 음의 감촉과 동축 스피커 특유의 또렷한 음상과 넓은 사운드스테이지는 두고두고 칭찬할 만하다. 더욱이 이를 블루투스 리시버와 앰프를 내장한 스피커로서 구현한 점이 놀랍다. 28년 외길을 걸어온 인티머스의 빛나는 성취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