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스피커 '스펙' 이해하기

B&W ‘802 D3’ⓒ News1
B&W ‘802 D3’ⓒ News1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감도, 왜율, 임피던스, 주파수응답특성, 크로스오버, 3웨이…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마찬가지지만 스피커 역시 ‘스펙’(specifications)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전기공학과 음향학, 재료공학이 결합한 터라 그 개념 자체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원래 스피커라는 게 미국에서 발명돼 부품이나 작동원리 등이 모조리 영어로 표현된 이유도 크다.

이를 적절한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펙과 관련한 간단한 용어조차 영어권 사람들이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을텐데 비영어권 유저들한테는 그 뜻이 확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선보인 영국 B&W의 스피커 ‘802 D3’를 중심으로 스피커의 스펙을 찬찬히 살펴봤다. ‘802 D3’는 마치 우주비행사의 헬멧처럼 생긴 통 위에 레이저 발사기가 달린 듯한 독특한 형상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다.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잡지 스테레오파일이 ‘2017 추천기기 목록 스피커 부문 A클래스’에 선정한 제품이다. 둥그런 헬멧 모양의 인클로저에는 중역대를 담당하는 드라이버, 그 위에 독립돼 부착된 원뿔 모양의 유닛에는 고역대를 책임지는 트위터가 달렸다.

아래 몸통에는 저역대를 담당하는 우퍼 2발이 장착됐다. 후면에는 앰프에서 나온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시키기 위한 단자(바인딩 포스트)가 달렸다. 우선 B&W가 밝힌 ‘802 D3’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 3way vented box loudspeaker

#. 1”(25mm) diamond dome tweeter

#. 6”(150mm) Continuum cone FST midrange driver

#. two 8"(200mm) Aerofoil cone woofers

#. Crossover frequencies : 350Hz, 4kHz

#. Frequency range : 14Hz–35kHz

#. Frequency response on reference axis : 17Hz–28kHz, ±3dB #. Sensitivity : 90dB/2.83V/m

#. Harmonic distortion (second and third harmonics, 90dB, 1m) : <1%(80Hz–20kHz), <0.3%(100Hz–20kHz) #. Impedance : 8 ohms nominal, 3 ohms minimum

#. Recommended amplification : 50–500W into 8 ohms on unclipped program

#. Maximum recommended cable impedance : 0.1 ohm

#. Dimensions : 1212mm H by 390mm W by 583mm D

#. Weight : 94.5kg #. Finish: Gloss Black, Rosenut

B&W ‘802 D3’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 부분ⓒ News1

1. 감도 90 데시벨(dB)

센시티비티(Sensitivity). 이 단어를 직관적으로 번역하면 ‘얼마나 예민하냐?’이다. 결국은 맞는 말이긴 한데, 경험상 같은 앰프 출력에서 얼마나 큰 소리(음압)를 내주느냐에 대한 스펙이다. 보통은 87dB부터 감도가 높은 축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게 높을수록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앰프가 제대로 몸을 풀기도 전에(볼륨을 높이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그냥 크게 나와버리니까. 어쨌든 스피커에서 말하는 '감도'란 앰프에서 1와트(W) 출력을 내보냈을 때 스피커에서 1m 떨어진 곳에서 느껴지는 음압이다. 즉, 거리에 따라 이 음압은 (당연한 얘기지만) 달라진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하필 1m에서 잰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90dB의 음압이란 어느 정도의 음량일까. 정리해봤다.

0dB(기준치) = 음압 0.0002dyn/㎤(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이후 20logX로 증가) 1.1배는 0.82dB 1.2배는 1.58dB 1.3배는 2.27dB 1.4배는 2.92dB 1.5배는 3.52dB 2배(정확히는 1.995256배)는 6dB 3배(정확히는 3.16227배)는 10dB 4배는 12dB 5배는 14dB 10배는 20dB 100배는 40dB 1000배는 60dB 10000배는 80dB 100000배는 100dB 1000000배는 120dB

즉, 음량이 2배로 늘어나면 6dB, 10배로 늘어나면 20dB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5배라면 '3배*5배=10dB+14dB=24dB' 증가(정확히는 23.52dB),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20배라면 26dB 증가, 100배는 40dB 증가, 1000배는 60dB 증가다. 즉 60dB은 0dB보다 1000배 더 센 소리다.

그러면 87dB는. 계산기로 두들겨보면 0dB보다 약 2만2387배 큰 소리다. 마찬가지로 90dB는 0dB보다 약 3만1622배 큰 소리, 93dB는 0dB보다 약 4만4668배 큰 소리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93dB는 87dB 때보다 6dB만큼, 약 2배 늘었다.

2. 공칭 임피던스 8옴

'노미널 임피던스'(Norminal Impedance). 통상 공칭 임피던스라고 번역을 하는데, 스피커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입구 저항을 뜻한다. 이값이 작을수록 파워앰프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전류가 빠져나가야 하는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앰프의 전원부가 부실하면 소리 역시 부실해진다.

이 임피던스 값은 자체가 교류 주파수의 사이클, 즉 고주파냐 저주파냐에 따라 값이 출렁이므로, 고주파(고역)일수록 임피던스는 높아지고, 저주파(저역)일수록 임피던스는 급격히 낮아진다. 따라서 저역대 재생의 경우 앰프의 전원부가 부실하면(전류를 많이 못보내주면) 스피커를 통한 그 저역재생 품질이 부실해진다.

ⓒ News1

3. 주파수 응답특성 +,-3dB에 17Hz~28kHz

'프리퀀시 리스폰스'(Frequency response). 직역하면 주파수에 응답한다는 말이다. 스피커에서 말하는 주파수응답(특성)은 명시된 주파수 범위(‘802 D3’에서는 ‘17Hz~28kHz’) 내에서는 음압이 ‘+,-3dB’ 밖에 반응을 안한다는 의미다.

데시벨로 표기를 해 감이 확 안오지만, 전압·전류·음압레벨(spl)의 경우 '-3dB'는 원래 값에 비해 약 30%(1/1.412배) 준다는 의미이고, 전력·출력은 50%(1/2배)가 준다는 의미다. 따라서 ‘802 D3’처럼 스피커인 경우에는 음압레벨을 적용, 명시된 주파수 범위를 벗어나면 음압이 약 30% 올라가거나 내려간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러면 ‘Frequency range=14Hz~35kHz’는 무슨 뜻일까. 자세히 보면 주파수 수치 뒤에 음압 표시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해당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최저 주파수와 최고 주파수를 음압에 상관없이 표시한 것이다. 한마디로 재생음의 품질과 상관없이 해당 스피커가 뿜어낼 수 있는 최대 능력치로 보면 된다.

4.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4kHz

'크로스오버 프리퀀시즈'(Crossover frequencies). 스피커에 달린 드라이버들이 어떤 주파수를 기준으로 서로 커버하는 영역이 나눠지는지를 알 수 있다. ‘802 D3’는 전체 재생 주파수 대역을 3개로 나눠 4개의 드라이버가 울리는 형태(고역 1개, 중역 1개, 저역 2개)이므로, 이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개가 있어야 한다.

즉, 트위터는 4kHz 이상 대역을, 우퍼 2발은 350Hz 이하 대역을 커버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운데 중역대를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유닛은 350Hz~4kHz 대역을 울린다. 여기서 잠깐 주파수 대역대별 구분을 짚어보자.

Deep bass = 16~40Hz Mid bass = 40~100Hz Upper bass = 100~250Hz

Lower midrange = 250~500Hz Middle midrange = 500Hz~1kHz Upper midrange = 1~2kHz

Lower treble = 2~3.5kHz Middle treble = 3.5~6kHz Upper treble = 6~10kHz

참고로 사람은 3kHz 대역을 가장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역과 고역으로 갈수록 둔감해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고역에 둔감하다. 그래서 동일한 소리크기로 듣기 위해서는 3kHz 때보다 1kHz때는 dB를 더 많이, 10kHz때는 dB를 훨씬 더많이 올려야 한다. 따라서 볼륨 음량을 높일수록 저역과 고역이 더 잘들리게 된다.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적정 볼륨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 것이다.

5. 기타

이밖에 ‘3way vented box loudspeaker’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재생 주파수 대역을 3덩이로 나눴는데, 저역 보강을 위해 일종의 통풍구(vent)를 뚫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포트(port)를 단 베이스 리플렉스(bass reflex)형 스피커라고 표현한다.

‘802 D3’는 스피커 하단에 통풍구를 마련해놓았다. ‘하모닉 디스토리션'(Harmonic distortion)은 보통 ‘왜율’로 번역하는데 말 그대로 해당 스피커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음악신호를 어느 정도 왜곡시키는지를 나타내준다. 물론 이 값이 작을수록 착색이나 왜곡이 없이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는 뜻이 된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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