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남권희 교수 '증도가자 위조' 국과수 조사에 "잘못된 해석" 반박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서지학적 정보 부재에 따른 것"주장…국과수에 해명 내놔

증도가자(證道歌字) 의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주장을 내놨던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내용에 대해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서지학적 정보 부재로 인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27일 반박했다.

남권희 교수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해 문화재청의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에서 밝힌 것처럼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기초학술조사 당시 공모를 통해 용역을 받은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증도가자는 보물 758호인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1239년)’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말한다. 만약 증도가자가 진짜로 판명이 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게 된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증도가자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놨고, 문화재청은 남 교수팀의 기초연구용역과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참고해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의 최종 조사를 거쳐 문화재위원회에서 최종 진위여부를 결론낼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우선 '컴퓨터 단층촬영(CT) 상에 나타난 활자의 단면이 균일하게 이중으로 나타난다'는 국과수의 지적에 대해 "고대 청동유물의 부식상태를 보면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에서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녹은 분말상태의 녹으로 파라타카마이트(Paratacamite, 청동병)라고 하는데 표면과 내부의 밀도차이로 이중구조로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활자 안과 밖의 금속성분 비중이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에는 "활자의 성분은 특정성분이 일정하게 배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면의 주성분과 속면의 주성분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우리가 조사한 것은 전체적으로 주석이나 구리 납의 성분이 측정하는 부위에 따라 편차가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국과수에서 발표한 금속활자 성분비중은 내부 '구리 20~22%, 주석 55~56%'이며 외부 '구리 30~31%, 주석 47~49%'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대청동유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석의 편석(주석이 한쪽으로 몰림)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2014년도에 기초과학연구원 정연중 박사가 한국서지학회에서 발표할 당시 금속활자의 표면의 녹을 일부제거 하고 내부 부분을 연구목적으로 파괴분석 분석한 결과 구리 74.38%, 주석 8.02%, 납 17.09% 로 확인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남 교수는 또 '활자 뒷면에 땜질한 흔적'이라는 주장에는 "부식된 구리표면에 땜질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면서 "부식된 표면에 땜질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인위적으로 먹을 덧씌웠을 가능성에 대해선 "고려시대 인쇄를 위해 먹을 칠한 것과 요즘 덧칠한 먹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고려시대 유일한 먹인 '단산오옥'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며 "고려시대 먹이 흔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고려시대 먹을 구할 수 있는가. 실제로 고려시대 먹이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는지 밝혀 주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소연대 분석은 하한연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설사 고려먹이 있다하더라도 고려시대 400여년간 중 13세기 초반의 하한 연도를 어떻게 골라 바를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중앙박물관 소장의 ‘복’ 자에 비해 직선도(활자 모서리의 각)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복’ 활자는 전래되는 과정에서 모서리 부분들이 마모 되어 둥글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며 "증도가자 활자들은 그와 같은 현상이 적게 나타나며 대부분의 각이 살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획의 끝이나 경계부분은 훼손 및 파손이 다소 보인다"며 "이는 전래된 중앙박물관 ‘복’자와 달리 증도가자는 출토 전(前) 보존환경의 영향 차이로 보여진다"라고도 했다.

국과수의 주조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고려시대 활자주조법이 문헌상으로 알려진 게 없으며 우리 연구팀에서도 주조법을 현재 연구 중"이라며 "어떻게 보도에 나온대로 주조법이 가능한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활자 외형을 만들고 속에 쇳물을 주입한다는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남 교수는 또 "국과수는 ‘연자매 용’이라 발표한 고려활자(네다리활자)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작이라 판단하지만, 같은 현상의 ‘닭 종’자와 같이 11세기까지 사용되고, 이후 옥편에 나타나지 않는 글자와 같은 유형에 해당된다"며 "이는 오히려 활자의 주조 및 사용시기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래 획 부분은 훼손이 되어 글자가 정확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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