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애민 정신 박두성으로 이어지다"…'훈민정음과 훈맹정음'전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역사문화관 15일~7월 19일

'훈민정음과 훈맹정음' 포스터 (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이 눈먼 백성을 위해 베풀었던 사랑이 현대의 점자로 다시 태어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15일부터 7월 19일까지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한글 점자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기리는 특별 전시회 '훈민정음과 훈맹정음'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사단법인 복지네트워크협의회 유어웨이와 손을 잡고 준비한 이번 전시는 글을 몰라 고통받는 백성을 가엽게 여긴 세종대왕의 마음이 일제강점기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를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1888~1963)에게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문맹의 벽을 깨다' 구역에서는 백성을 위해 그림을 넣은 책인 '삼강행실도'와 한글 풀이가 담긴 '월인석보'를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장애의 벽을 깨다' 구역에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발표한 '훈맹정음 점자표'와 그가 직접 쓴 '일지', 점자 타자기, 점자 아연 원판 등 소중한 유품들이 가득하다. 관람객이 자석 점자로 자신의 이름을 써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이해를 돕는다.

훈맹정음(한기5746) 4-1 (국가유산청 제공)

전시 개막일인 15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역사문화관 앞 잔디광장에서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열린다. 특수 안경을 쓰고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직접 느껴보는 체험, 안대를 착용한 채 손끝의 감각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활동, 장애인 예술가들의 사진과 그림 감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오후 2시부터는 '인문학으로 읽는 점자'를 주제로 한 기념 강연이 열려 점자의 깊은 의미를 되새긴다.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인과 외국인 모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주말에는 현장 영상 해설사가 상주하여 설명을 돕고, 모든 내용은 영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특히 전시 벽체를 재활용 가능한 블록형으로 제작해 쓰레기를 80%나 줄인 점도 눈길을 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을 강화해 역사·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차별화된 국가유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라며 "이를 통해 세종대왕의 위대한 사상과 업적이 국민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생원 맹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두성-해부학 시간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 전시는 박물관에 갇힌 유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을 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100년 전 박두성 선생이 비밀리에 연구해 발표한 '훈맹정음'을 세종의 '훈민정음'과 연결한 기획은 역사적 연속성을 훌륭하게 찾아낸 대목이다.

여기에 친환경 전시 방식까지 도입해 세종대왕이 강조했던 '인간사랑'이 오늘날 환경사랑으로까지 확장됐다.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 구성은 젊은 세대에게 장애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교육 현장이 될 전망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