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눈치 없는 모범생"…김애란이 말하는 사람·이야기·일상
[신간] '그랬다고 적었다'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소설가 김애란(46)이 7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신간에서 그는 오랫동안 천착해 온 '사람' '이야기' '일상'이라는 세 가지 관심사를 한층 깊고 넓어진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사람의 얼굴'에서는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김애란은 아버지에게 찾아온 예기치 않은 병과 그로 인해 달라진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부친의 오랜 일터였던 이발소를 정리하면서 그는 "아버지가 문득 생생한 '개인'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는다. 그곳에 남겨진 아버지의 흔적이 "내가 몰랐거나 알려고 하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고백은 독자들에게 저마다 자기 부모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2부 '이야기의 얼굴'에선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첫사랑 같은 작품으로 '오싹오싹 공포체험'을 꼽으며, 어린 시절부터 "토종 귀신에게 매혹됐다"고 고백한다. 등골 서늘한 서사가 지닌 힘은 무엇인지, 또 작가가 가장 쓰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왜 '무서운 이야기'인지 그 내밀한 이유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부 '일상의 얼굴'에는 평범한 하루부터 삶이 멈춘 듯했던 순간까지 우리가 통과해 온 날들의 여러 면모가 담겼다. 예컨대 '코로나 극장전' 편에서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타인에 대해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기록했다. 작가는 "타인에게 실망하고, 타인을 지겨워하면서도, 타인을 그리워하는 요즘"이라며 오랜만에 타인을 만나 허무함을 느끼다가도 "다시 타인 덕에 일어서고, 타인에게 배워나가는 날들"을 돌아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엿볼 수 있다. 소설을 쓸 때 간혹 자료 조사나 사실 확인을 위해 챗GPT를 사용하지만, AI의 문장은 결국 "누군가 떠먹여 준 통찰"이라고 짚는다. 이어 챗GPT를 "자신이 배운 건 반드시 써먹고 싶어 하는 눈치 없는 모범생"에 비유한다. 사적인 고민을 AI에 털어놓지 않는 이유로는 "질문하고 답을 찾는 단계를 온전히 겪었을 때 그 언어가 내 것이 됨을 배워서"라고 밝힌다.
이번 산문집에 실린 20편의 글은 작가 김애란의 내면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이다. 그가 세밀하게 포착해 낸 사람과 이야기, 일상의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 자신의 얼굴까지 비춰 보게 된다.
△ 그랬다고 적었다/ 김애란 글/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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