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가 진단하는 자유민주주의 위기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키운 사회공학과 백래시
[신간]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불평등과 양극화, 포퓰리즘의 확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왜 시민의 지지를 잃었는지 짚는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러운 아세모글루는 공동 번영을 되살릴 대안으로 '노동계층 자유주의'를 내놓는다.
자유민주주의는 1991년 소련 해체 뒤 자유와 번영,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체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 세대 뒤 불평등은 커지고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부상하면서 그 기대는 흔들렸다. 저자는 위기의 출발점을 외부의 적보다 자유주의 내부의 균형 상실에서 찾는다.
책은 자유주의가 기술 변화와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공동 번영, 공공서비스,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본다. 그 결과 자유주의는 시민의 삶에서 멀어지고 엘리트의 이념으로 인식됐다는 진단이다.
전후 자유민주주의의 공동 번영은 기술 투자와 대량생산, 고용과 임금 상승이 맞물린 '산업적 협약'에 기대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제조업 쇠퇴와 자동화, 세계화가 이 고리를 끊었고, 기술 성과는 소수 기업과 고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됐다.
미국의 중위임금은 1970년대 말 이후 연평균 0.45% 올랐지만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5% 이상 증가했다. 저자는 성장의 과실이 자본 소유자와 엘리트 대졸자에게 쏠리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약화한 흐름을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결한다.
탈산업사회의 정치는 노동자·전문가 연합의 해체 과정도 다룬다. 자유주의가 자치와 숙의보다 전문가 판단과 엘리트 리더십을 신뢰하고, 노동계층의 경제적 불안보다 문화적 우선순위에 무게를 두면서 노동계층과 거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회공학과 문화전쟁,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도 분석 대상이다. 책은 알고리즘과 광고 기반 플랫폼이 자극적 콘텐츠와 진영의 반응을 증폭해 사회공학과 백래시의 악순환을 키운다고 본다.
AI는 위기를 심화할 수 있는 기술이면서 공동 번영을 되살릴 변수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동화와 디지털 광고에 집중된 AI 대신 노동자의 숙련과 생산성을 높이고 새 업무와 일자리를 만드는 노동자 친화적 AI를 강조한다.
해법으로 제시한 노동계층 자유주의는 공동체, 표현의 자유, 자치, 공동 번영을 다시 연결하는 구상이다. 기술 발전의 방향을 노동자와 공동체에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가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른다는 판단이다.
△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더러운 아세모글루 지음/ 김승진 옮김/ 5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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