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23년째 1위…백종우가 묻는 국가의 역할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백종우 교수의 자살예방 보고서
[신간]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살을 개인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사회 안전망의 과제로 짚은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을 펴냈다. 신청주의의 빈틈과 해외 정책, 상실을 사회 변화로 바꾼 사례를 함께 담았다.
위기 속에서 도움을 요청할 힘이 없는 사람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로만 설명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간다.
한국의 OECD 자살률 23년째 1위라는 수치도 이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의료 현장과 정책 현장을 오간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와 복지, 위기 개입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과제로 내놓는다.
전반부는 사회 안전망이 위기자를 어떻게 놓치는지, 후반부는 상실과 고통을 행동으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도와 개인의 대응을 두 축으로 묶어 자살예방을 공공의 문제로 확장한다.
'신청주의'는 스스로 병원을 찾고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만 작동하는 체계다. 극심한 절망에 놓인 사람이 요청 자체를 하지 못하면 정작 위험이 큰 이들이 가장 먼저 지원망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의 입원 제도도 그 빈틈을 보여주는 사례로 든다. 2017년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이후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성이 함께 충족돼야 본인 동의 없는 입원이 가능해졌고, 도움을 구하는 가족이 상담조차 받지 못한 사례가 이어진다.
경제 문제는 자살 동기 가운데 정신건강 문제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경찰청 변사자 통계에서 경제생활 문제는 전체 자살 동기의 약 25퍼센트였고,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2.5배로 제시된다.
10대와 20대의 정신건강 지표도 별도 장에서 다룬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 20대 우울증 환자는 20만 명을 넘었고, 2025년 잠정치 기준 10대 자살사망자는 396명으로 2016년보다 45퍼센트 늘었다.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계획을 시행한 나라들의 변화를 짚으며 정부 개입의 역할을 살핀다. 2019년 논문은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한 호주·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에서 시행 5년 안에 자살자 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숨 쉬는 공간'(Breathing Space)은 정신건강 위기자에게 더 강한 채무유예를 제공하는 제도다. 빚으로 내몰린 사람에게 회복의 시간을 먼저 보장하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일본의 '정신장애인 보건복지 수첩'은 약 155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지난 20년간 일본 자살률을 36퍼센트 낮추는 데 중요한 축이 됐다는 분석을 실었다.
뉴욕주 자살예방계획은 자살 고위험군 통계를 활용해 지방정부가 대상자를 별도 관리하는 사례다. 호주의 청소년 정신건강 인프라 '헤드스페이스'와 아동사망검토제도도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제도로 함께 검토한다.
2부는 제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개인의 대응을 따라간다. 대만의 왕완위는 네 살 딸 샤오덩파오를 잃은 뒤 사회와 사법제도 개혁의 길을 택한 인물로 등장한다.
영국의 이언 러셀은 14세 딸 몰리를 잃은 뒤 SNS 유해 알고리즘 문제를 제기하며 '온라인 안전법' 제정을 이끌었다. 피해자의 실명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애칭으로 사건을 기억한 샤오덩파오 사례도 사회의 책임을 묻는다.
김용 세계은행 전 총재의 뜻을 잇는 마인드SOS 캠페인과 백지영·송은이·신애라·최강희 등이 참여한 정신건강 지킴이 GEM의 활동도 담겼다. 위기를 겪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행동이 제도 변화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의지만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로 보고 의학적 치료와 적극적인 도움의 필요성을 짚는다. 약물치료와 비강흡입제 등 정신과 치료를 신체질환 치료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제기한다.
백종우 교수는 한국자살예방협회장과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을 맡으며 의료와 정책을 연결해왔다. 이 책은 빚·실직·정신질환·고립·트라우마를 개인에게만 감당하게 하지 않는 사회의 조건을 묻는다.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 백종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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