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말고 더 있다"…블록체인·로봇·우주로 보는 다음 10년

[신간] '박정호의 기술예보'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인공지능(AI)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음 10년의 변화를 블록체인, 로봇, 도시, 에너지, 우주라는 다섯 축으로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인공지능(AI)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음 10년의 변화를 블록체인, 로봇, 도시, 에너지, 우주라는 다섯 축으로 짚는다. 저자는 기술이 서로 맞물리는 지점에서 돈과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따라가며 미래 산업의 구조를 읽어낸다.

AI가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이 책은 AI 혼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연산 장비와 전력망, 결제 체계와 도시 인프라, 위성통신과 물류망이 함께 움직여야 변화가 현실이 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기술이 맞물릴 때 바뀌는 돈의 흐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이 AI 컴퓨팅 파워에 접목될 경우,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43쪽) 첫 장은 블록체인을 돈의 미래만이 아니라 AI 시대의 거래 질서와 연결해 다룬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좇아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가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고, 이런 흐름은 AI 컴퓨팅 수요와도 맞닿는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도 같은 맥락에서 읽는다. 달러의 대체재이자 보완재라는 이중성격, 금이나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 확보 시도까지 함께 짚으며 신뢰 시스템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살핀다. 이 책이 겨냥하는 지점은 개별 기술의 성능 경쟁이 아니다. 블록체인, 로봇, 스마트시티, 에너지, 우주를 한 축으로 묶어 어떤 산업이 태어나고 자본이 어디로 쏠리는지 추적하는 데 무게를 둔다.

로봇의 승부처는 대체 아닌 강화

로봇 장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로봇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지 않는다. 테슬라, 피규어AI, 엔비디아처럼 서로 다른 방식의 개발 흐름을 대비시키면서도 공통으로 필요한 자산은 '실제 세계의 데이터'라고 정리한다.

전망도 구체적이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웨어러블 로봇이 의료·제조·물류·농업·건설 분야에서 연간 30~40퍼센트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2027년부터 2030년 사이 본격 배치될 휴머노이드는 아직 소규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보다 '사람을 강화하는 로봇'이 더 빠르게, 더 넓게 수용될 것이다."(148쪽) 그래서 책은 화려한 휴머노이드 서사보다 먼저 퍼질 기술로 웨어러블을 지목한다.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보다 사람의 힘을 보강하는 기계가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에서 앞선다는 판단이다.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인공지능(AI)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음 10년의 변화를 블록체인, 로봇, 도시, 에너지, 우주라는 다섯 축으로 짚는다
도시와 전력, AI의 물리적 기반

도시 장에서는 AI 패권 경쟁이 결국 도시 경쟁력과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 데이터센터는 더는 보이지 않는 후방 시설이 아니라 토지 이용 계획과 전력망 증설 논의를 흔드는 새로운 토지 소비자로 등장한다.

책은 2030년까지 AI와 클라우드 수요를 감당하려면 데이터센터 용량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전망을 싣는다. 추가 부지는 약 20억 제곱피트, 축구장 약 2만6000개 규모로 제시하며 도시 외곽과 공장 부지, 농지, 도심 인근까지 후보지가 넓어지는 상황을 설명한다.

에너지 장에서는 AI 문명을 떠받치는 전력 확보 경쟁을 전면에 둔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은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상시 전력을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모듈을 덧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빅테크의 선택지로 부상한다.

아마존이 펜실베이니아 원전에서 960메가와트를 직접 구매하고, 구글이 500메가와트 SMR 전력을 선점한 사례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놓인다. 전력을 사는 일이 곧 AI 개발의 물리적 기반을 선점하는 일이라는 해석이다.

우주가 만드는 다음 산업 지도

우주 장은 발사체와 위성 제조를 넘어 그 이후에 열리는 시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궤도에서 단백질과 의약품, 바이오 소재를 생산하는 '바이오 공장' 구상은 지상 공정으로는 얻기 어려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제시된다.

재활용 발사체로 비용이 내려가면서 우주는 일부 기업에만 허락된 영역이 아니라 새 산업 실험장으로 변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다른 차원의 데이터를 먼저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은 우주 산업을 보는 시야를 넓힌다.

시장 규모가 더 크게 커지는 곳으로는 다운스트림을 든다. 위성항법 시스템, 위성인터넷, 우주 영상과 데이터 활용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2022년 기준 전체 우주 산업의 약 73퍼센트를 차지했다는 수치도 제시한다.

저자 박정호는 이런 기술 지형을 산업, 역사, 기술, 지정학이 겹치는 자리에서 읽어온 경제학자다.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현재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이자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박정호의 기술예보'/ 박정호 지음/ 335쪽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인공지능(AI)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음 10년의 변화를 블록체인, 로봇, 도시, 에너지, 우주라는 다섯 축으로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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