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티아라·몬스타엑스…케이팝으로 읽는 삶의 장면들

[신간] '펑펑'

케이팝은 하나의 음악 장르로만 다룰 수 없다. 저자는 역사와 정치, 산업과 문화가 겹쳐 만든 장에서 노래를 듣고 사랑을 건네는 일이 어떤 감정의 비용을 요구하는지 먼저 묻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펑펑'은 케이팝을 둘러싼 사랑과 배신, 환상과 현실의 감정을 따라가며 팬과 아티스트, 산업과 청취자의 얽힌 관계를 파고든다.

저자 복길은 '슬픔의 케이팝 파티'를 기획하며 쌓은 경험과 2023년부터 3년간 이어온 연재를 묶어 케이팝이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문법을 어떻게 흔들어왔는지 짚는다.

케이팝은 하나의 음악 장르로만 다룰 수 없다. 저자는 역사와 정치, 산업과 문화가 겹쳐 만든 장에서 노래를 듣고 사랑을 건네는 일이 어떤 감정의 비용을 요구하는지 먼저 묻는다.

첫 장은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따라가며 케이팝의 가장 오래된 논쟁으로 들어간다. 젝스키스 해체를 지켜본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국민 프로듀서' 열풍과 워너원 해체의 회한까지 이어지는 장면들이 팬의 감정을 단순한 허상으로 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책은 케이팝을 '환상을 사고파는 일'로만 정리하지 않는다. 콘서트와 공개방송, '버블' 같은 접점에서 오가는 사랑의 언어가 어떻게 설계되고 소비되는지 짚으면서도, 그 안에서 실제로 남는 상처와 기억의 무게를 끝까지 붙든다.

이 대목에서 복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만들어진 구조 안에서 오가는 감정이라 해도 그 감정의 실체까지 지울 수는 없다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2부는 고독과 수치, 외로움이 케이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대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들은 무심한 말, 낙원상가를 홀로 지나던 밤의 냄새, 은둔을 끝내자고 다짐하던 순간 같은 장면들이 노래와 함께 배치한다.

복길은 이삿날 친구와 쟁반짜장을 먹으며 티아라 무대의 비장미를 논하고, 몬스타엑스의 노랫말에서 청소년기의 사랑과 동경을 다시 끌어낸다. 사적인 기억을 길게 늘어놓기보다 케이팝이 개인의 감정 구조를 어떻게 호출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3부는 케이팝을 통해 사회를 해석하는 쪽으로 시야를 넓힌다. 자두와 화사 같은 이름을 호출하며 여성 디바에게 가해지는 시선, 외모지상주의, 여성성을 둘러싼 압력이 대중음악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돼왔는지 따져 묻는다.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케이팝 역사에 이름을 남긴 아티스트와 곡을 가로지르는 범위도 눈에 띈다. 케이팝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의 형식부터 초창기 아이돌과 현재의 팬덤 문화까지 잇는 구성이 책의 시야를 넓힌다.

4부는 케이팝으로 자기 욕망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집중한다. 듣보돌에 끌리는 이유, 대도시를 떠올릴 때 먼저 튀어나오는 보아의 이미지, 상처 뒤에 다시 세운 사랑의 정의가 이어지며 케이팝이 삶을 설명하는 언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복길은 탈덕이나 탈케이팝을 갓생을 위한 구호처럼 다루는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다. 탈출을 선언하기보다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을 함께 달자는 제안은 케이팝을 둘러싼 애정과 피로, 연루와 거리 두기를 한 문장 안에 묶는다.

△ '펑펑'/ 복길 지음/ 312쪽

케이팝은 하나의 음악 장르로만 다룰 수 없다. 저자는 역사와 정치, 산업과 문화가 겹쳐 만든 장에서 노래를 듣고 사랑을 건네는 일이 어떤 감정의 비용을 요구하는지 먼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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