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탄압 뚫고 피어난 '인동초' 사랑과 투쟁"…'옥중 메모' 최초 공개

"단순 옥중 기록 아닌, 역사·미래를 담은 대서사"
14일 '김대중 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자간담회

이희호 여가가 작성한 서울대병원 감옥병실 구조도(1978년) (한길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가장 어두웠던 시절 주고받은 처절한 기록이 세상에 나왔다.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명림 김대중도서관 관장은 "세상과 단절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의 메모를 통해 전 세계 인권 단체와 지도자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며 "이 책은 사상, 신앙, 인생의 반려인 두 분의 동행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기록물이다"라고 말했다.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이다. 유신 정권과 신군부 독재 정권의 잔혹한 인권 유린을 견뎌낸 부부의 강인한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한 옥중 메모 9건, 이희호 여사의 주요 활동을 담은 문건 7건, 이희호 여사의 기록 4건 등 총 20개 자료가 최초로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한길사 제공)

기록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서울대병원 감옥 병실에서 '창살 없는 지옥'을 경험했다. 군인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 햇빛조차 보지 못했고, 고관절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나 암살 위협 때문에 치료를 거부했다. 종이와 펜이 없던 시절, 그는 못으로 종이를 눌러 아내에게 비밀 메시지를 전하며 가족을 걱정했다.

이 여사는 감옥 밖의 투사였다. 그는 남편의 눈과 귀가 되어 10분의 짧은 면회 시간 동안 국내외 정세를 요약해 전달했다. 또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등 세계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남편의 사형 집행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며 국제적인 구명 운동을 이끌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이번 기록물이 단순한 투쟁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철학이다"며 "특히 이희호 여사가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구명 운동과 인권 활동의 롤모델을 제시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물과 문건 자료. ⓒ 뉴스1 김정한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번 책 발간으로 두 분의 투쟁이 기록으로 남게 된 점을 감사드린다"며 "특히 5·18 투옥 당시 어머니는 부친에게 타협을 종용하지 않고 국제사회를 움직여 한국의 상황을 알리는 동지애를 발휘하셨다"고 회고했다.

책을 펴낸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이 책은 두 사람이 단순한 부부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운 정치적 동반자였음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라며 "이 책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