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진짜 동네책방이 도서관 납품해야…학교도서관 마크비도 정상화"(종합2보)

분할 발주와 수의계약, 지역서점 인증제, 마크비 현실화, 학교도서관의 5% 마일리지
지난 30일 문체부 '지역 서점·도서관계 간담회' 개최

왼쪽부터 문선미 성남시서점협동조합 이사장, 오명영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이연호 한국서점인협의회장, 이대건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서점의 공공 납품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분할 발주와 수의계약, 지역서점 인증제, 마크비 현실화, 학교도서관의 5% 마일리지 문제, 지역서점의 문화공간 역할과 경영난, 정부의 제도 정비 방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서점이 단순 납품업체가 아니라 지역 독서문화의 기반이자 문화공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체부와 서점계, 공공·학교도서관 관계자들은 공공부문 도서 구매를 지역서점에 더 많이 연결하되, 실제 운영이 가능한 인증 기준과 계약 방식, 마크비 보전 구조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 "진짜 서점을 가려라"… 인증제와 협동조합 통한 배분 구조

서점계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도서 구매가 지역서점으로 실질적으로 돌아가려면 먼저 '누가 진짜 지역서점인가'를 가려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문선미 성남시서점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점업종만 사업자등록증에 추가하면 누구나 입찰에 들어올 수 있어 페이퍼컴퍼니와 비서점 업체까지 납품을 따가는 현실"이라며 문제로 짚었다.

이에 따라 지역서점 인증제와 협동조합 활용 방안이 함께 거론됐다. 문선미 이사장은 성남시가 2014년 전국 최초로 서점협동조합을 만들고 공공도서관에 2000만원 미만 수의계약을 지역서점이 순차적으로 맡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민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실장도 지자체마다 인증 기준이 달라 혼선이 있는 만큼, 문체부가 서점계 의견을 반영한 통일된 확인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 방식으로는 분할 발주와 수의계약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파주시 사례를 들며 도서 구매를 여러 건으로 나눠 지역서점에 고르게 배분하고, 마크 작업은 별도 계약으로 분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영 대전 한밭도서관장도 대전은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와 인증제를 바탕으로 공공도서관이 순차적으로 지역서점과 수의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오명영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곳이고 서점은 책을 사서 판매하는 곳"이라며 "공공기관과 도서관도 당연히 서점에서 책을 사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선미 이사장은 "학교 납품 과정에서 바코드와 청구기호, 장서인, 각종 라벨 작업을 모두 포함하면 권당 1350원에서 1500원 안팎이 든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100원에서 300원, 많아야 500원 수준만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인포그래픽=ChatGPT)
■ 마크(MARC)비 정상화와 5% 마일리지의 장벽

학교도서관의 마크비 문제도 집중거론됐다. 마크(MARC·Machine Readable Cataloging)는 도서의 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연도, 가격 등을 표준화된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이며 도서관에서 새로운 책을 수서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작업은 도서관 사서가 해야 하는 업무지만 1인 사서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의 현실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 일을 사서가 담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점들에서 마크 작업을 진행해 책을 납품하고 있다.

문선미 이사장은 "학교 납품 과정에서 바코드와 청구기호, 장서인, 각종 라벨 작업을 모두 포함하면 권당 1350원에서 1500원 안팎이 든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100원에서 300원, 많아야 500원 수준만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민지 한국서접조합연합회 실장도 "지난해 납품 과정에서 마크 작업 용역과 스티커 비용으로 5400만원을 썼지만 학교에서 받은 돈은 800만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공도서관은 마크비를 별도로 책정하는 곳이 많아 학교도서관과 차이가 뚜렷했다. 이 때문에 서점계는 학교 납품에서 마크비가 사실상 가격 경쟁의 대상이 되면서, 정가제 아래 책값이 아닌 부대비용을 깎아 납품을 따내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최휘영 장관도 "마크비는 법과 가이드라인이 어떻든 정상화해야 할 사안"이라며 "실비 보전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도서관의 5% 경제상 이익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도서정가제 재검토 과정에서 공공도서관은 경제상 이익 5%를 받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학교와 대학도서관은 이해관계 충돌로 제외되지 못했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을 제외한 학교·대학도서관에는 5% 경제상 이익 규정이 남아 있다.

문 이사장은 "공공도서관은 5% 적립을 받지 않지만 학교도서관은 온라인 대형서점의 적립 혜택 때문에 지역서점과 경쟁 조건이 달라진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이 적립금으로 문구나 간식, 차 같은 다른 물품까지 사는 경우가 있어 지역서점은 사실상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동네책방은 납품 전문업체가 아니라 지역 독서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구성원"이라며, "도서관과 연계 프로그램, 큐레이션, 포인트제 등을 통해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생존을 넘어 상생으로"…문화공간으로서의 지역서점 만들기

도서관과 서점의 관계를 납품업체와 발주기관의 갑을 관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동네책방은 납품 전문업체가 아니라 지역 독서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구성원"이라며, "도서관과 연계 프로그램, 큐레이션, 포인트제 등을 통해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서점이 도서 공급을 맡고, 도서관은 지역 독자와 책방을 잇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서 구매 예산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정은 사무국장은 책값이 오른 상황에서 학교·공공도서관 도서 구입비 증가폭은 충분하지 않다며, 예산 확대가 지역서점과 도서관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역서점이 살아야 도서관 주변 독서문화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납품 구조 개선과 예산 확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점계는 지역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 사랑방이자 독서생태계의 거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 장관도 모두발언에서 지역서점이 아이들이 처음 책을 접하고,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대건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은 지역책방이 여행과 지역문화, 상상력을 잇는 공간이라는 점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경영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선국규 한국서점인협의회 총무는 "서점은 마진이 적은 업종인데 임대료와 인건비, 운영비를 빼면 자가 점포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조민지 실장도 "전국 지역서점이 2300곳가량인데 연매출 1억원 이하가 40%를 넘는다"며 "공공 납품이 서점 유지의 최소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대건 회장은 최근 여행 수요 감소와 물가 상승, 청년층의 소비 구조 변화까지 겹치면서 지역책방의 방문객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이 반갑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누적된 고통이 크다"며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책방을 바라봐 달라"고 했다.

최 장관은 학교와 공공도서관 물량을 지역서점에 연결할 경우 15% 안팎의 유통 마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다며, 이를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서점의 생존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 최휘영 "'마크비 정상화…지역서점 공공 납품 구조 손보겠다"

최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책 방향을 두 갈래로 정리했다. 하나는 공공 납품 물량을 자격 있는 지역서점이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다. 최 장관은 학교와 공공도서관 물량을 지역서점에 연결할 경우 15% 안팎의 유통 마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다며, 이를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서점의 생존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런 구조가 곧바로 부정 수급이나 가짜 서점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증 방식으로는 관이나 단체가 확인하는 방식, 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협동조합 방식은 지역마다 폐쇄성 논란이나 배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지역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가이드를 만드는 쪽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마크비 정상화였다. 그는 마크비는 누군가 이익을 보려고 안 주는 비용이 아니라 실제 들어가는 실비인 만큼,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납품 물량 배분 방식도 일괄 n분의 1 배분과 순번제 수의계약 등 여러 방식이 가능하다고 봤다. 최 장관은 현재 2000만원 이하 수의계약 기준보다 더 전향적인 방안을 만들 여지가 있다며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계약 방식을 풀어가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더 수렴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