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아버지와 의절…독립군 15살 기관총 사수 허성숙

[신간]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신간]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항일 행적이 분명한데도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29가지 장면으로 복원한다.

저자는 교과서와 대중적 역사 서술에서 비켜난 민초들의 항일을 정면에 놓는다. 고종 곁을 지킨 내시, 머슴, 여학생, 노동자, 소녀 기관총수까지 저항의 얼굴을 넓게 펼친다.

책의 구성은 구한말부터 해방 직후까지 이어지는 29가지 이야기다. 첫 장의 주인공은 아관파천과 헤이그 밀사 파견 뒤에서 움직인 내시 강석호다.

이어 친일 매국노를 처단한 고영근, 일왕 생일 과자를 창문 밖으로 던진 경성여고보 학생들, 일본 경찰 주재소를 찾아가 독립선언서를 건넨 7인의 독립군 같은 장면이 촘촘히 이어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책의 폭은 더 넓어진다. 9명의 머슴이 횃불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가 90대의 매질을 당한 사연, 강제징용을 거부하고 산에 올라 싸운 능금밭 청년 29명의 이야기, 총파업으로 맞선 노동자들의 기록이 들어 있다.

책이 특별히 힘을 주는 인물 중 하나는 허성숙(1915~1939)이다. 친일파 아버지와 절연하고 15살에 만주 항일유격대에 뛰어들어 기관총수로 싸운 소녀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독립운동이 남성 중심의 영웅담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사료 고증을 바탕에 두면서도 소설처럼 읽힌다는 점이다. 일본 경찰이 있는 주재소에 독립선언서를 내밀고 권총을 쏜 차련관 의거나, 헤이그 밀사 이준에게 거금을 건넨 강석호의 활약은 극적이지만 실제 기록 위에 서 있다.

결국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독립운동의 외연을 다시 그리는 책이다. 선비도 싸웠지만 이름 없는 민초들도 싸웠고, 그들의 고초와 결단이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밀어 올린다.

△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김종성 지음/ 북피움/ 2만 4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