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33.55도 '어등마을'에서 벌어진 토지 소송…안우진 전 제주 부시장의 소설
[신간] '33.55 진실 청구'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안우진 전 제주 부시장이 4·3을 겪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설 '33.55 진실 청구'에 담아냈다. 소설은 사라진 이름과 지워진 땅을 되찾으려는 한 가족 3대의 싸움을 통해 제주 4·3의 상흔과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함께 꺼낸다.
소설은 제주 '어등마을'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와 4·3, 6·25를 가로지르며 한 가문의 비극과 후손의 추적을 따라간다. 빼앗긴 토지와 왜곡된 기록, 침묵을 강요받은 세대의 기억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작가는 제주 4·3을 단순한 과거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래 입에 올리지 못했던 공포와 후유증,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삶의 흔적을 한 가족의 서사로 끌어낸다. 그래서 이 소설의 질문은 역사적 진실 규명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는 책임과 도리의 문제로 넓어진다.
작품의 중요한 축은 토지 문제다. 1934년 조선총독부의 '마을공동목장조합 운영준칙'에서 출발한 사유지 편입과 환원 규정, 이후 법의 허점을 타고 이어진 약탈과 이전이 서사 속에서 중요한 갈등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행정과 법정의 차가운 언어를 소설 안으로 끌어들여 역사와 제도의 폭력을 드러낸다.
4·3의 참혹한 장면도 외면하지 않는다. 민간인 발포에 항의한 총파업, 군정재판, 곳곳의 충돌과 희생, 토벌대의 폭력 같은 장면이 이어지며 개인의 삶이 어떻게 국가 폭력에 짓눌렸는지 보여준다. 과장하지 않는 문장으로 밀어붙여 더 큰 울림을 남긴다.
후반부는 생존과 귀환의 서사로 이동한다. 4·3을 지나 6·25 전장까지 건너간 인물의 삶, 가족을 살리려는 결심, 끝내 살아 돌아온 사람의 무게가 겹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희생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살아남은 자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로 바뀐다.
아울러 현재의 소송과 진실 규명 과정도 중요하다. 주인공 안민우는 조상의 이름으로 불법적으로 빼앗긴 토지와 왜곡된 역사에 맞선다. 작품은 그가 요구하는 것이 단순한 재산 반환이 아니라 정의와 인간의 도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감정의 밀도는 높다. 제주어의 숨결이 살아 있는 대사, 토지대장과 특별조치법, 소송 같은 단어들이 차갑게 놓이지만 그 틈으로 가족의 상처와 애도가 스민다.
작가 안우진은 1964년 제주의 위도 33.55도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행정자치부와 국무총리실, 제주도에서 근무했고 제주시 부시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지금은 소설의 주인공인 부친을 모시며 제주의 근현대사를 살아낸 개인의 기억과 농촌의 현실, 시대의 상흔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33.55 진실 청구/ 안우진 지음/ 더봄/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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