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30일까지…시인 김언의 네번째 산문집
[신간]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언이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하루에 하나씩 한 달을 엮어낸 네 번째 산문집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를 펴냈다.
김언은 시와 남은 말들, 산문, 노트, 단상, 한 줄을 그러모아 4월의 결을 한 권으로 묶었다. 하루에 한 편씩,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문장들이 시집이면서 산문집인 형태를 이룬다.
그가 붙든 4월은 쾌청한 봄의 달이 아니다. 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어 있고 3월과 5월 사이에 끼어 있는, 무겁게 말하기도 가볍게 말하기도 어려운 달이다. 많은 말을 품었다가도 다시 삼키게 되는 시간, 옹색해진 봄을 떠맡은 달이라는 인식이 책 전체를 감싼다.
그래서 책의 첫 장면부터 평안과 불안이 함께 놓인다. 비가 오고, 얼굴이 물빛에 넘치고, 기쁨도 환희도 아닌 감정이 스친다. 밤사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인사가 나오지만, 그 평안은 완전히 이별한 뒤에야 올지도 모르는 무엇으로 남는다. 4월의 문장은 끝내 닿지 못하는 평안의 둘레를 맴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4월을 계절 감상에만 가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날짜만 떠올려도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올라오는 역사, 아깝게 스러져간 목숨들, 타인의 상처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문장 곳곳에 밴다.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상처를 껴안으려는 글쓰기를 시인은 귀한 잔해로 바라본다.
형식도 단조롭지 않다. '아침', '비가 왔다', '고향', '증발', '울음', '슬픔을 대신하는 말', '단어가 말했다', '하늘', '마지막 사람' 같은 제목 아래 시와 에세이, 노트와 단상이 교차한다.
특히 단어와 슬픔, 익명과 고향, 울음과 자유 같은 말들이 반복해 떠오른다. 슬픔을 대신하는 말을 찾으려 애쓰고, 누군가를 익명인 채로 불러 보며, 단어를 너라고 부를 수 있는지 묻는다. 사라진 듯한 것이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오르고, 잊힌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이미 와 있는 상태로 되살아난다는 감각도 자주 나타난다.
시인 김언은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와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오래된 책 읽기', '사유노트' 등을 펴냈다.
△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 지음/ 난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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