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이 포개져 단단한 우리들
[신간] '마트료시카 꺼내기'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송선미 시인이 동시집 '마트료시카 꺼내기'로 10년만에 펴냈다. 책은 작은 것과 기억을 겹겹이 꺼내며 위로와 치유의 결을 더 두텁게 만든다.
이번 동시집은 겹겹이 쌓인 마트료시카 인형을 시의 구조로 삼는다. 하나를 열면 더 작은 세계가 나오고, 더 작아질수록 어떤 순간이 또렷해진다. 시는 그 순간에 붙어 독자의 마음을 만진다.
익숙한 사물이 입구가 된다. '종이 인형', '우산', '좋아'의 연필심, '지각 타로의 원리'의 타로 카드가 시인의 시선에서 다른 의미를 얻는다. 작은 것과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는 방식이 동시의 리듬을 만든다.
시집은 더딘 시간과 기다림을 정면에 둔다. 미지의 여름을 앞서 살아 내려는 마음, 굼벵이를 밀어 올리듯 버티는 마음, 모르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겹겹이 포개진다. 그 포개짐이 사랑의 두께를 키운다.
책은 마트료시카를 여는 행위를 기다림의 시간으로 바꾼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더 작은 것을 만나는 과정이 된다. 독자는 작은 세계로 들어갔다가 조금 더 커진 세계로 다시 나온다.
기억은 이번 동시집의 또 다른 축이다. '빨간 풍선'은 '아빠'의 기억을 붙들고, '인동꽃'은 '언니와 그때'와 '나 있는 여기'를 잇는다. 기억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남긴다.
어둠 속에서도 시는 버팀목을 세운다. 벽 앞에 섰을 때 그림자를 일으켜 세우는 '초 하나', 풀리고 길어지고 묶이고 이어지는 '길게 이어지는 실'이 그 역할을 맡는다. 마음에 난 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장면도 반복된다.
송선미는 2011년 '동시마중' 제6호에 작품이 추천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미지의 아이'(공저)를 냈고 '미지의 아이'로 제2회 부마항쟁문학상을 받았다. 그림은 문지나가 맡았다.
△ 마트료시카 꺼내기/ 송선미 지음/ 문지나 그림/ 상상/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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