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최신작 '죔레는 거기에'…2025 노벨상 수상작가

[신간] '죔레는 거기에'

[신간] '죔레는 거기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최신작 장편 '죔레는 거기에'가 헝가리어 원전을 국내에서 처음 번역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출판사는 이 작품의 첫 외국어 번역도 한국어판이라고 덧붙였다.

장편 '죔레는 거기에'는 총 11장으로 이뤄졌다. 한 장이 긴 한 문장으로 이어지고 1장만 두 문장으로 구성됐다. 쉼표로 길게 이어지는 호흡과 리듬이 서사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야기는 이름 없는 마을 산꼭대기 집에서 개 죔레와 지내는 91~92세 노인 카다 요제프, 일명 요지 아저씨에게서 시작한다. 유랑 음악가 청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와 전직 고교 교사, 역사학자 등 추종자들이 그를 찾아오며 군주제 복원의 소용돌이가 열린다.

추종자들은 도서관과 문서보관소, 중고서적상을 뒤지며 가계도와 문장을 추적해 요지 아저씨를 찾아냈다. 청원서를 보내며 평화적으로 왕정복고를 추진하려는 이도 있지만 무기를 모아 무장봉기를 준비하는 이도 등장한다. 정치를 피하려던 요지 아저씨는 결국 수사기관에 연루되고 죔레와도 강제로 떨어진다.

딸과 가족의 무관심, 뇌졸중, 감옥과 재판, 미뤄진 대관식, 비참한 병원 환경이 겹치며 요지 아저씨의 마음도 흔들린다. 삶의 끝을 응시하는 시선과 폭력의 유혹이 맞물리며 서사는 더 어두워진다.

출판사는 네오나치 이데올로기가 헝가리식으로 가장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근위대, 고대 헝가리교, 세계민족 인민주권당 같은 극우 집단이 언급되고 폭력적 권력 장악 시도가 전개된다. 요지 아저씨는 이를 단호히 저항해 막아낸다.

소설의 설정은 부조리하지만 현실의 그늘을 끌어안는다. 카다 요제프가 완전한 가상 인물이 아니며 다카 요제프(1919~2016)라는 인물의 일화와 겹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번역은 김보국이 맡았다. 그는 헝가리 소설 '여행자와 달빛' '장미 박람회' '도어' 등을 한국어로 옮기고, 한국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를 헝가리어로 번역한 바 있다.

△ 죔레는 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은행나무/ 1만8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