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직시해야 삶이 다시 선명해진다…'죽음학' 수업 4년간 취재기

[신간]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신간]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미국 뉴저지주 킨(Kean)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한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책은 저자 에리카 하야사키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10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죽음을 설명할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그는 오랜 기간 장례식에 참석하고 부고 기사를 쓰며 비극 현장을 취재했지만 이해가 멈췄다고 적었다.

어느 날, 그는 킨 대학교에서 노마 보위 교수가 강의하는 '죽음학' 수업에 대기 명단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듣는다. 보위 교수는 보건정책학 박사로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수업에 끌어온다.

책은 강의실과 현장을 오가며 수업의 방식과 반응을 따라간다. 수업은 죽음을 이론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학생들은 유서를 써보고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한다. 묘지와 장례식장, 호스피스 현장도 찾는다.

저자는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사연을 전면에 둔다. 가족의 자살, 폭력과 학대의 기억, 범죄와 중독, 가난 속에서 버틴 경험이 강의실로 들어온다. 그들이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는 과정을 기록한다.

죽음학 수업은 에릭 에릭슨의 생애주기 이론을 토대로 짜였다. 이 이론은 인간의 생애를 8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할 심리적 위기와 성취해야 할 발달 과업이 있다고 주장한다.

보위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 자신부터 사랑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책은 이런 과제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장치로 작동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이 책은 저자가 4년 동안 녹음기를 들고 수업을 기록하고 학생들을 인터뷰하며 수천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다.

책을 덮고나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붙들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과 "죽음을 직시하는 일이 삶을 다시 선명하게 만든다"라는 결론과 마주하게 된다.

△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북모먼트/ 1만 98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