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안 잡고 진실을 잡다…한물 간 명탐정 사천왕 이야기

과거 결론을 현재 윤리로 다시 비추는 7편의 '재검증 미스터리'
[신간] '#명탐정의 유해성'

[신간] '#명탐정의 유해성'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사쿠라바 가즈키는 '명탐정' 신화를 정면으로 호출해, 예전에 내렸던 결론이 지금도 정의인지 묻는 '#명탐정의 유해성'을 펴냈다. 이 소설은 유튜브 고발 영상과 해시태그가 촉발한 재검증 여정은 범인 색출을 넘어서 '정답'의 책임을 추궁한다.

유구레는 찻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산다. 한때 '명탐정 사천왕'으로 불렸던 고코타이 가제의 조수였던 시절은 지나갔다. 어느 날 '#명탐정의 유해성'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명탐정의 유해성을 고발한다!"라는 동영상이 퍼진다.

조회수는 2만 회 안팎으로 불붙고, 두 사람은 과거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하나씩 확인하러 길을 나선다. 시작점은 '인체의 신비전'을 둘러싼 충격적인 증언이다. 전시 표본의 얼굴에서 가족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날 이후, '해결'이 남긴 상처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번갈아서 펼쳐진다. 현재의 두 사람은 사고 현장과 생존자, 주변인들을 다시 만난다. 과거의 두 사람은 유구레가 써서 책으로도 출간했던 사건 기록 속에 있다. 독자는 교차하는 두 시간선에서 삐걱거림을 듣는다.

'그때의 결론'이 '지금의 진실'과 어긋나는 순간들, '정답'이 누군가에게 폭력이었을 가능성, '증명'되지 않은 단서의 불완전함 같은 문제들이 드러난다.

작품은 장르 문법의 안전지대를 비튼다. 통쾌한 해결 뒤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어떻게 남는지 추적하면서 '후기 퀸 문제'로 요약되는 구조적 불안을 소설 내부의 동력으로 바꾼다. 독자는 사건의 결론이 아니라 결론을 만드는 과정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결국 선별된 단서, 배제된 맥락, 침묵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소설의 배경에는 달라진 시대가 있다. AI 탐정의 부상, SNS의 확산, 고발 영상의 파급은 '명탐정'의 위치를 흔든다. 과거에 박수받던 초법적 직감과 돌파가 지금은 사적 침해·공적 위험으로 읽힐 수 있다. 같은 행동이 다른 윤리의 조명 아래 '유해'로 판정되는 현재, 작품은 '다시 추리할 것'을 주문한다.

결국 미스터리는 범인을 지목하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시간은 결론의 윤곽을 바꾸고, 당사자의 목소리는 뒤늦게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답'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잠시 내려놓고, 상처의 자리를 함께 마주하는 소설이다.

△ #명탐정의 유해성/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내친구의서재/ 1만 98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