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모든 하루가 주인공…시인 김상혁의 산문집

[신간] '그냥 못 넘겼어요'

[신간] '그냥 못 넘겼어요'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상혁이 2월의 하루하루를 글로 기록한 산문집 '그냥 못 넘겼어요'를 펴냈다. 저자는 시·에세이·단상·편지·동요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2월이라는 시간을 붙잡아 둔다.

산문집 '그냥 못 넘겼어요'는 하루치 기록으로 시작한다.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쓰인 글이 날짜 순서대로 놓였다. 형식은 일정하지 않다. 어떤 날은 에세이고, 어떤 날은 시이며, 또 다른 날은 편지나 메모다.

첫 문장은 2월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저자는 다른 달보다 며칠 적다는 이유로 2월을 가볍게 여겼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니 쉽게 끝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목도 '그냥 못 넘겼어요'다.

초반부 글들은 일상의 작은 장면을 붙잡는다. 사당역으로 가는 길, 저녁 무렵의 감청색 하늘,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 순간 같은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저자는 거창한 사건 대신, 잠깐 스쳐 갈 수 있었던 감정을 다시 불러 세운다. 그렇게 기록된 하루는 짧지만, 그 안에는 오래 남는 여운이 있다.

중반부에서는 기억과 과거가 자주 호출된다. 유년 시절의 공터, 응암동의 동네 풍경, 가족과 함께했던 장면들이 글 속에 섞인다. 저자는 과거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부족함과 불안, 어두운 방구석의 기억까지 그대로 꺼내 놓는다. 다만 그때는 몰랐던 감정의 결을 조심스럽게 짚는다.

가족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에 대한 장면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깊은 감정을 남긴다. 분만실에서 아이의 첫울음을 들었을 때 느낀 마음, 아이가 자라며 보여주는 질투와 사랑스러움 같은 감정이 담담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은 삶의 태도로 확장된다. 저자는 시를 목소리에 비유하며, 떨리거나 망설이는 목소리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분명하지 않아도, 그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감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주 나타난다.

집필의 배경에는 '시의적절' 시리즈가 있다. 하루에 한 편, 한 달에 한 권이라는 기획 아래 시인들이 각자의 달을 맡아 글을 써 내려가는 프로젝트다. 김상혁은 2월을 맡아 스물여덟 편의 글을 완성했다.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고, 일기이면서 편지 같은 구성은 이 시리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김상혁은 2009년 등단 이후 꾸준히 시와 산문을 발표해 온 시인이다.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 그냥 못 넘겼어요/ 김상혁 저/ 난다/ 1만 7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