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상화 속 지능형 출간 본격화"…2026년 책 시장은 [신년특집-출판]
'구독형 서비스' 확대…'종이책 프리미엄화' 가속
출판계 '통합의 리더십' 촉구 목소리 높아져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6년 한국 출판 시장은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단순히 종이책의 생존을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출판 생태계의 근간을 재편하는 이른바 '지능형 출판'(Intelligent Publishing)의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판 시장은 독서 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도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제 책은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라 '경험'이자 '데이터'이며 '연결의 도구'로 재정의된다.
기술이 원고를 쓰고 보안이 시스템을 지키는 시대일수록 독자가 결국 찾는 것은 '인간의 통찰'이다.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도, 콘텐츠 본연의 힘인 사유의 깊이를 유지하는 것이 2026년 거친 파고 속에서 살아남을 무기라른 분석이다. 올해의 출판 시장의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지난해 말 AI를 활용해 '1년에 9000여 권'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등장해 큰 충격을 안겼다. 올해 출판계는 "AI를 도입할 것인가"라는 원론적 질문을 지나, "AI 저작물을 어떻게 정의하고 운영할 것인가"라는 실무적 과제에 직면했다. AI 저작물은 정교한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소설과 에세이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출판 시장은 새로운 가능성과 복잡한 윤리적·법적 문제 사이에서 큰 혼란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플랫폼들은 'AI 생성 콘텐츠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 저작물의 법적 지위와 저작권 인접권 도입 논의가 입법화의 문턱을 넘는 결정적 시기가 될 전망이다.
위기감도 상당하다. 무분별한 AI 활용이 인류의 새로운 지식 생산 구조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독자들 역시 실용 정보에는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문학적 진정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AI 저작물을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출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큰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독서의 중심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며, 월정액 기반의 구독형 서비스가 출판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밀리의 서재, 윌라 등 주요 플랫폼은 낮은 비용으로 무제한 독서 기회를 제공하며 침체된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오디오북과 챗북 같은 2차 콘텐츠는 MZ세대를 유입시키며 독서 인구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갈등도 존재한다. 종이책 대비 낮은 정산 방식에 따른 수익 배분 문제와 베스트셀러 독식 현상으로 인한 중소 출판사의 위축이 주요 쟁점이다. 창작자의 의욕을 꺾지 않으려면 수익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구독 서비스의 성패는 플랫폼과 출판계의 상생에 달려 있다. 플랫폼은 정교한 수익 모델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출판계는 디지털 환경에 맞춘 콘텐츠 기획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변화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독서 문화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종이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하나의 '물질적 경험'이자 '예술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에 따라, 종이책은 소장 가치를 극대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생존 무기로 택했다. 고급스러운 양장 제본, 특수 후가공,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한정판 마케팅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종이책을 고급 굿즈의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이와 동시에 출판 공정 전반에 도입된 '에코 퍼블리싱'(Eco-publishing)도 산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 환경 보호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재생 종이 사용, 콩기름 인쇄, 표지 코팅 지양 등 친환경 공정은 도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특히 FSC 인증 종이와 저탄소 인쇄 기술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브랜드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올해 종이책은 '가장 친환경적이면서도 가장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라는 역설적 가치를 추구할 전망이다. 기술이 지배하는 지능형 출판 시대에도 종이책이 살아남는 이유는 물리적 감촉과 환경적 가치를 통해 독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정서적 만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미래는 이제 얼마나 많이 읽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간직되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한국 출판계는 산업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외부적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의 독서율과 스마트 미디어의 범람이 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사유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불통과 갈등'의 시간은 출판계의 대정부 교섭력을 반감시켰고, 각자도생의 문화는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된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주요 단체의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로운 리더십은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능력을 넘어, 파편화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출판 전체의 공동 이익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출판인들의 요구가 거세다. 특히 경청과 화합을 통해 불통의 벽을 허물고, 저작권 이슈와 플랫폼 독점 등 거대 의제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대의 시스템 구축에 대한 열망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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