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 4만 년 관계의 대서사"…기후위기 시대의 '해법'
[신간] '야생의 존재'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기후와 생물다양성 문제는 하나다. 해법은 동물에 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절박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인간과 동물의 4만 년에 걸친 어긋난 관계에서 찾는 책이 출간됐다. 영국 '코스타상' 수상 작가인 저자 케기 커루는 5년에 걸쳐 집필한 방대한 논픽션을 통해 우리가 외면해 온 근원적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환경·사회 문제 대부분이 지구 문명사를 함께 이룬 사람과 동물의 뒤틀린 관계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4만 년 전, 인간이 그리폰 독수리 뼈에 구멍을 뚫어 플루트를 불던 순간부터 시작된 이 복잡한 이야기를 추적하며, 인류가 어떻게 다른 생명들과 세계를 공유했고, 어디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착취하고 파괴해 온 모순적인 역사를 파헤친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 속 경외의 대상이었던 동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개념으로 인간 우월적 사고가 강화된 역사, 그리고 최근 과학적으로 밝혀진 동물의 감정 및 고통 인지 능력 등이 왜 이제서야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기후변화, 오염, 전염병 등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환경 문제가 생태계의 건강이 무너져 발생하는 연속적인 사건들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다름 아닌 동물임을 역설한다. 또한 야생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인들이 자연 세계를 읽는 법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그 세계를 깊이 이해해야만 동물과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호소한다.
역자 정세민은 서울대학교동물병원 내과 수련수의사다. 그는 인간과 인간을 잇는 통번역과 인간과 동물을 잇는 수의사 역할에 동질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며 이 책을 우리말로 충실하게 옮겨 수많은 자연 속 생명체들이 등장하는 경이로운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역사적, 철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빼어난 논픽션이다. 정책 입안자부터 교육자, 그리고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통찰을 안겨준다.
△ 야생의 존재/ 케기 커루 글/ 정세민 옮김/ 가지/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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