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지극한 사랑 담았다"…신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5년만에 출간
"사랑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드는 것"
제주 4·3사건 이후 몇십년째 오빠를 찾는 정심의 삶 다뤄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한강이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5년 만에 돌아왔다.
한강은 7일 온라인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며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신간 '작별하지 않는다'는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한 바 있다.
한강은 "이후 1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며 "원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어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했지만 이 자체로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간 '작별하지 않는다'는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으로 짜였다. 한강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한다"며 "모든 장편소설을 3부로 쓰지는 않았지만 '흰'이나 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도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이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한강은 "2014년 여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실제로 그 꿈을 꾸었다"며 "깨어난 직후 이것이 광주에 대한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후 4년이 흐르는 동안 천천히 그 꿈이 제 안에서 자라났다"고 말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이 꿈을 지난 작품에서 다룬 학살과 관련됐다고 믿는다. 그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이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지만 진척되지 못한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는다. 그는 병원을 찾아온 경하에게 제주 집에 홀로 있는 새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제주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을 통해 4·3사건 때문에 벌어진 슬픈 가족사를 마주한다.
정심은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친다. 소설은 정심의 고요한 싸움을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촛불처럼 표현한다.
한강은 "소설의 주인공이 경하인 것 같았다가, 인선인 것 같았다가, 결국 정심이 된다"며 "정심에 대해 쓰면서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은 인간이 어떻게 인간일 수 있는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기쁜 일"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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