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정책쟁점 그것이 알고싶다 (9) 과학기술, ‘하드웨어식’ 공약 뿐

공약 중심의 대결구도가 실종됐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일자리 혁명 등 ‘경제’ 정책공약이 대선 아젠다로 떠오르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다른 분야 공약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좁아 보이는 현실 속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숨은 공약은 따로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4일 발표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에서 국민들은 사회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직종으로 ‘과학기술인’을 지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집중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경제 침체 늪에서도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독보적인 과학기술력이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 朴 ‘국민행복기술’ vs 文 ‘과학한류’

과학기술분야 공약을 이해하려면 우선 두 후보의 인식을 봐야 한다.

중앙선관위에 공시한 박근혜 후보의 10가지 공약 제목 중에 ‘과학’이나 ‘기술’이란 단어가 들어간 공약은 찾아 볼 수 없다.

박 후보의 세부적인 과학기술 관련공약은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박 후보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론’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창조경제론은 산업 전반에 과학기술과 IT를 적용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생산성 위주였던 기존 과학기술정책을 국민의 행복을 향상시키는 ‘국민행복기술’로 전환하겠는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에는 이명박 정부에 없었던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 미래를 이끌 연구, 지식생태계를 위한 법제도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10가지 공약 제목 중에는 ‘과학기술·문화강국 실현’이란 문장이 제시돼 있고 세부 내용도 실렸다.

고용없는 성장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과학기술, 벤처·창업, IT·SW, ICT 생태계, 창조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또 MB정부가 과학기술부를 폐지해 이 분야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과학기술부를 부활해 기초과학 연구와 인력양성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넣었다.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현재의 한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들어 과학기술분야에 적극 투자·지원해 ‘과학한류’를 이끌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 알맹이 없는 ‘하드웨어식’ 발전 공약

박근혜, 문재인 등 두 후보는 최근 과학기술계와 매니페스토 협약을 잇따라 체결해 상호공조를 통한 과학기술계 공통의 비전과 전략, 정책과제 등을 도출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국민행복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개발 강화 ▲창조적 융합 신성장산업 창출 투자 강화와 경쟁력 확보 등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형 산업구조 개편 ▲창의적인 인재양성 ▲지식창조·융합 연구개발(R&D) 패러다임 전환 ▲과학기술인 우대 활용과 연구환경 개선 등을 약속했다.

두 후보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과학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 등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융합 발전을 이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 후보의 공약은 추상적이고 비슷하기만 할 뿐 구체적인 거버넌스의 형태에 대한 설명과 실행계획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식’ 발전 아이디어가 우선이지만 전담부처 신설이나 단순 예산 투입 등 ‘하드웨어식’ ‘선심성’ 공약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학계 전문가는 “핵심은 과학기술의 소프트웨어식 발전 추구”라며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매입 예산확충,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에만 치우치는 분위기”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과학기술분야야말로 고용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선거가 바로 2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세부 공약조차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각 후보들의 정책팀이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세부 공약을 내놓지 못하면서 과학기술분야를 홀대하거나 정책 부재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 감동있는 과학기술 공약 언제 나오나

유권자들의 중요한 선택기준의 하나는 정책 공약이다. 각 후보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진정성 등을 냉철하게 비교·평가해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단 내놓고 보는 공약(公約)이 당선 후에 공약(空約)으로 전락해도 책임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유권자들의 책임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각 캠프 정책팀이 건네준 공약집을 들고 거리유세, 토론장 등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두 후보가 얼마나 감동있는 과학기술정책을 추가로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