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AI 제작 영화 어떨까…"아직은 '기술 체험회'에 가까워"

내달 개봉 앞둔 AI 영화 '스틸레이'…제작에 6개월·10억 미만
기존 영화 문법으로 보면 '엉성'…AI 시대 콘텐츠 미래 가늠자

AI 툴로 제작된 SF 액션 영화 '스틸레이' (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임 스틸레이."

마치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강철 로봇에 K-팝 아이돌을 닮은 남자 주인공이 탑승한다.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한 자율 판단 로봇에 맞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어딘가 익숙한 때깔의 SF 액션 영화 '스틸레이'는 100% 인공지능(AI) 도구로 제작된 국내 첫 장편 상업 영화다.

7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AI 툴로 제작한 영화 '스틸레이'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영화는 국내에서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SF 장르를 다룬다. 자율 판단 로봇이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용은 단순하다. AI 로봇의 이상을 발견한 로봇 개발자인 아버지가 로봇에 납치되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과거 개발한 전투 슈트 '스틸레이'를 입고 이들과 맞서 싸운다. 주인공은 결국 바이러스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한다.

기존 영화의 문법으로 보면 익숙한 대중영화의 답습이다. 혹은 어디서 많이 본 클리셰로 가득한 'K-무비'의 n번째 할리우드 따라잡기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성 영화와 다른 시선의 감상을 요한다. AI 없이 성립할 수 없는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 '스틸레이'는 CG 작업 없이 100% AI 툴로 만들어진 SF 액션 영화다. 국내 첫 90분 분량의 장편 AI 영화로, 해외에서도 아직 드문 사례다. '힉스필드'의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된 액션 판타지 영화 '헬 그라인드'(95분)가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상영된 바 있다.

'스틸레이'는 영상 생성 AI '시댄스'를 중심으로 '클링', '힉스필드', '구글 비오', 'OOWA', '수노' 등의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됐다. 내달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AI 영화 '스틸레이'는 정지된 화면에서는 제법 그럴싸한 인물 표현을 보여준다. (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스틸레이'는 앙상하고 엉성하다. 군데군데 비어 있다.

정적인 장면에서는 실사에 가까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주름 표현은 제법 디테일하고, 비주얼 톤이 조금씩 바뀌는 여타의 AI 영상과 달리 아이돌을 닮은 주인공의 얼굴도 일관성을 유지한다. 손가락이 기괴하게 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동적인 장면에서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가 펼쳐진다. 들쭉날쭉한 해상도와 함께 부자연스러운 동작, 어색한 액션씬들이 '메이드 바이 AI'임을 알린다. 주인공 옷의 지퍼나 로봇의 반도체 기판 같은 디테일한 표현들은 사양 낮은 모바일 게임처럼 뭉개진다.

그러나 관전 포인트를 '영화'가 아닌 'AI 영화'에 두고 보면 '스틸레이'는 여러 곱씹을 점을 남긴다.

무엇보다 AI가 영화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결과물로 보여준다. 제작사에 따르면 '스틸레이'의 제작비는 10억 원 미만, 제작 기간은 6개월 미만이다. 총제작비 700억 원, 제작 기간 10년으로 알려진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와 비교하면 제작비는 70분의 1 제작 기간은 20분의 1 수준이다. 독립영화 수준의 저예산으로도 SF 영화를 뽑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영화 '스틸레이'는 K-팝 아이돌을 닮은 남자 주인공 '윤강'이 전투 슈트 '스틸레이'를 착용하고 아버지를 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이날 간담회에서 함슬기 아이노스튜디오 대표는 "생성 AI 툴 비용으로 5억~6억 원이 들었다"며 "한국에서 이런 SF 히어로 장르는 만들어진 적이 없었는데, 90분 동안 증명하고 싶었고 실제 시장에서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에게 AI 영화는 처음 있는 경험이 될 텐데, 90분을 끌고 갈 수 있는 내러티브 유지에 중점을 뒀다"며 "15초짜리 컷을 붙이고 붙여 90분을 만들기까지 선택한 결과물이 약 1만 3000개였다. 버려진 결과물은 1만 3000개 이상이다"고 덧붙였다.

배우 겸 AI 창작자인 설우인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작 여건의 불확실성이다"며 "생성형 AI 툴이 해외 기반이기 때문에 툴 업데이트나 가격 정책에 따라 제작 일정, 제작비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틸레이'는 일종의 기술 체험회로써 AI 시대 콘텐츠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기존보다 현격히 적은 비용과 제작 기간으로 쏟아질 콘텐츠에 영화 산업의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존 창작 생태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AI 영화가 기존 콘텐츠 창작을 100% 대체하진 않을 거다. 시장이 나뉘게 될 거고, 향유하는 콘텐츠 종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레이'는 일종의 기술 체험회로써 AI 시대 콘텐츠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라온컴퍼니플러스 제공)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