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파킨슨·치매 '이상 신호' 뇌세포 찾는 BCI칩 개발

전기·빛 신호 함께 읽어 세포 활동 시점·종류 구분
특정 세포 골라 자극하는 맞춤형 전자약 활용 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광반도체 BCI 칩이 제작된 실리콘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위는 왼쪽부터 문주희·김미지 학생연구원과 이창혁 책임연구원이며, 왼쪽 아래는 연구 결과가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다. (KIST 제공)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뇌세포가 언제 활동했는지와 어떤 종류의 세포가 반응했는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반도체 칩을 개발했다.

파킨슨병이나 치매처럼 특정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질환을 더 정확하게 연구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창혁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기 신호와 빛 신호를 하나의 칩에서 함께 측정하는 '광반도체 BCI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읽어 컴퓨터나 기계와 연결하는 기술이다.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거나 뇌에 자극을 줘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전극형 BCI는 신경세포가 언제 활동했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어떤 종류의 세포가 신호를 보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뇌질환과 관련된 특정 세포를 정밀하게 찾아내고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이유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의 실리콘 침 13개에 전기 신호를 읽는 전극 416개와 빛을 감지하는 화소 832개를 함께 배치했다. 전기 신호로 신경세포의 활동 시점을 확인하고 광 신호로 반응한 세포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제작에는 스마트폰 등 일반 전자기기에 쓰이는 범용 상보형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공정과 3D프린팅 기반 후공정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칩 성능을 유지하면서 제작비를 기존 연구용 방식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마취한 생쥐의 뇌 세 부위에 칩을 이식한 결과 마취 깊이에 따른 뇌파 변화와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동시에 측정했다. 이식 일주일 뒤에도 염증 반응이나 운동 기능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신경세포를 찾아 특정 세포만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맞춤형 전자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자약은 약물 대신 전기나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하거나 조절해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다만 현재 연구는 마취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단계다. 실제 치료에 적용하려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과 영장류를 대상으로 장기 안정성과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뇌질환 치료와 정밀 BCI로 나아가려면 어떤 종류의 세포가 활동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광반도체 BCI라는 새로운 갈래를 제시하고, 세계적 수준의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강점을 BCI 산업에 연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