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아닌 '과학가' 인식 필요해…사회변화 주체로 봐야"

과기한림원 '한국 과학기술, 길을 묻다' 토론회 개최
헌법 속 과학기술 개념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과학기술의 위기, 보상만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박범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좌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한국 과학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산업 생태계로 혁신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기술인을 단순한 경제발전의 수단이 아닌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과학기술의 위기, 보상만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림원이 우리 과학기술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 '한국 과학기술, 길을 묻다' 시리즈의 일환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범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좌교수는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자가) 연구 주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등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정부, 국가발전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석좌교수는 헌법상 과학기술 규정과 개정을 제안했다. 그는 과거 헌법에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 인식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을 언급하며 "경제발전·과학기술발전·국민 삶 향상 등 내용의 병렬적 배치, 과학기술 자율성·사회적 책임성·기본권 보장·사회통합 강조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박 석좌교수는 과학기술자(者)에서 과학기술가(家)로의 명칭 변경도 필요하다고 했다. '자'가 어떠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한다면 '가'는 어떠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가'는 일 자체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두고 정치가, 기업가, 사업가, 전문가라고 하는데 과학기술 하는 사람도 전문적이라면 과학가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기초과학을 단순히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용훈 카이스트 물리학과 KT 석좌교수는 "상업적 유용성만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와 논문 편수, 특허, 기술 이전료 등 단기적인 수치에 매몰된 평가 시스템은 과학자를 진정한 지식의 개척자가 아닌 단기 과제 수행자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했다.

조용훈 석좌교수는 "기초과학의 강화는 단기적인 경제 지표를 올리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지적 체력을 다지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번영의 토대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 시스템 확립, 장기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