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 국가 R&D 사업 유사성 검토…AI가 2분 만에 척척
정부, 국가 R&D 예산 심의에 AI 도입…행정업무 절반 줄여
사업 유사성 분석부터 보고서 초안 작성 기능까지 갖춰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이번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찾아주고 분석해주세요."
채팅창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사업과 관련해 유사·중복성 분석을 요구하자 1~2분 뒤 6개의 유사 사업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결괏값이 나온다. '예산 심의 특화 AI'를 활용한 모습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1000개 이상의 사업들 간 유사성을 일일이 검토해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 R&D 예산 심의 특화 AI 서비스 구축'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AI 모델을 시연했다.
이른바 '연예인'(연구개발 예산심의 인공지능)이라고 이름 붙여진 특화 AI는 국가 R&D 예산 심의 과정에서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예산 심의철에 1000개가 넘는 요구서를 검토하느라 밤샘 작업을 하고, 수백 페이지 분량의 예산 심의 자료를 써야 하는 심의위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처음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도입된 특화 AI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UX)을 갖췄다.
먼저, 메인 화면에서는 중앙에 위치한 질문창을 통해 국가 R&D 예산 심의 전반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최근 3년 정부 R&D 투자 방향을 연도별로 정리해주세요"라고 입력하자 해당 기간 주요 투자 방향이 정리돼 나열된다. 내년도 투자 방향으로 AI, 첨단 바이오, 양자, 우주·항공·해양 등 미래 경쟁 판도를 주도하기 위한 기술 주권 확보라는 핵심 키워드들이 제시됐다.
"인공지능 R&D 투자 현황을 알려줘"라고 묻자 최근 3년간 관련 사업 예산을 도표로 정리해 100만 원 단위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제미나이나 챗GPT 등 상용 AI 모델에 유사한 질문을 할 경우 대략적인 수치만 제시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김미미 과기정통부 기계정보통신과장은 "각 부처 세부 사업 예산이 정확한 수치로 나온다"며 "제미나이 등에서 '2.3조 원 규모'라고 대략적인 수치만 제시하는 것과 차별화되며, 예산 심의를 하려면 수치가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위원이 심의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사업별 예산 심의 화면'이다. 해당 기능은 △실제 사업 관련 문서를 볼 수 있는 '뷰어창' △사업 내용, 쟁점 도출, 중복 사업 분석 등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채팅창' △전문위원 및 예산 심의 담당자들이 검토 의견서·예산심의서 등 초안을 작성할 수 있는 '초안 편집창'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지능형 유사·중복성 분석 △행정 프로세스 자동화 및 초안 생성 △실시간 기술정보 제공 및 사업 요약 △사업 검토 협업 기능 등을 제공한다.
매년 5~6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 산하 10개 기술분야별 전문위원 166명과 예산 심의 담당자들은 내년도 국가 R&D 사업 계획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과 예산 심의 담당자들은 1000개가 넘는 예산 요구서를 검토하며 해당 사업 간 유사·중복성을 검토하게 되며, 투자국 담당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쪽 분량의 예산 심의 자료를 작성하게 된다.
특히 10년간 국가 R&D 사업 수가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수만 장에 달하는 예산 심의 자료를 제한된 기간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됐다.
박상민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은 "많은 사업을 다층 다면적 기준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검토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찾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예산과 사업이 늘면서 현재 수준으로는 검토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AI 심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결과물은 5월 11일부터 예산 심의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AI 도입을 통해 예산 심의 관련 행정 업무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이고, 심의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산 심의에 참여하는 전문위원인 임태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지능융합연구소장은 "특화 AI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에는 심의 기간 보통 새벽 2시에 잤는데 올해 AI를 쓰게 되면서 자는 시간이 2시간 빨라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과정에서 개발된 업스테이지의 '솔라오픈' 모델이 활용됐다. 지난 5년간 축적된 약 5000여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요구서, 기획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등의 데이터가 학습됐으며,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의 1243만 건에 달하는 연구 성과 데이터와의 API 연동이 이뤄졌다.
또한, AI가 그럴듯한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질문 의도를 파악해 정부가 가진 예산 심의 관련 데이터베이스(DB) 안에서 정보를 검색하도록 했다.
허지수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 사무관은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답변에 출처를 달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특화 AI가 심의를 대체한다기보단 전문위원들을 위한 보조 기구로서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유사·중복 사업 분석 등 심의지원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각 부처에서 R&D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요구하는 전반의 과정에 특화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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