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사주에 관심 많네요"…챗GPT 대화, 제미나이에 이식했습니다

'메모리 가져오기' 써보니…챗GPT에 남긴 직업·고민·사주 통째로 학습
제미나이 10만·클로드 20만 돌파…데이터 전환, 챗GPT 추격 속도

제미나이 '메모리 가져오기'를 통해 챗GPT의 메모리를 이식하자 제미나이가 위와 같이 요약된 사용자 정보를 학습했다. (제미나이 갈무리)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서울 거주, 인공지능(AI) 및 정보기술(IT) 업계 기자.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먼저 맥락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어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켜자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이 첫 화면에 떴다. 무심코 클릭하자 나타난 건 프롬프트(명령어).

다른 AI에 이 프롬프트를 붙여 넣으면 해당 AI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추출한 개인정보를 요약된 상태로 제미나이에 이식할 수 있었다. 챗GPT와 제미나이를 함께 쓰는 'AI 멀티 유저'라면 두 AI에 흩어진 정보와 답변을 한 곳에 모두 학습시킬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기능이다.

실제로 챗GPT의 과거 메모리를 이식하자 제미나이는 별도 학습을 거치지 않고도 기자의 개인정보를 한 번에 정확히 요약했다. 기자의 직업과 거주지 외에도 '스누피'나 '심슨' 캐릭터풍의 이미지 변환에 관심이 많다는 점과, 사주의 과학적 분석 방법 등을 참고해 향후 질의에 개인화된 답변을 내놓겠다는 '다짐'까지 내비쳤다.

1일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유료와 무료 사용자 모두 챗GPT나 클로드 등 외부 AI에 저장된 개인 기록을 이식할 수 있는 '메모리 가져오기'(Import Memory) 기능을 최근 도입했다.

새로 탑재된 기능은 다른 AI 서비스에 축적된 이용자의 이름, 직업, 학력, 거주지 등 인구통계 정보와 관심사, 주요 계획과 선호도, 답변 규칙 등 개인정보 및 맥락을 제미나이에 이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미나이에서 정보를 재설정할 필요 없이 중요한 정보를 바로 학습시킬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했다. 제미나이 설정에서 '메모리 가져오기'를 클릭하면 다른 AI에 붙여 넣을 수 있는 프롬프트(명령어)가 뜬다. 이 프롬프트를 복사해 이용기록을 가져오고 싶은 AI에 입력한 후 결괏값을 다시 제미나이에 붙여 넣고 '메모리 추가'를 누르면 된다.

제미나이가 메모리 이동을 위해 만든 프롬프트를 통해 외부 AI가 요약한 정보를 제미나이에 다시 입력하는 방식이다.

제미나이 '메모리 가져오기' 이용 화면 (제미나이 갈무리)

평소 자주 쓰던 챗GPT에 해당 프롬프트를 입력해 봤다. 그 결과 챗GPT는 계정 이름과 시스템 메타데이터를 통해 이름과 거주지를, 평소 입력한 질문과 추가 탐색을 위해 입력했던 자기소개 정보를 종합해 직업을 정확하게 도출했다.

이외에도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변환했던 기록을 토대로 '이미지 변환 요청을 좋아한다'는 점을 꼽았고, 개인적인 용무로 검색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사주풀이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보인다는 특징도 함께 정리해 줬다. 다만 이미지와 영상 등 시각물 데이터는 불러올 수 없었다.

함께 추가된 '채팅 기록 가져오기' 기능은 좀 더 자세한 데이터 이전이 가능하다. 메모리 가져오기가 외부 AI에 저장된 데이터를 1차로 요약한 뒤 제미나이에 학습시키는 형태라면, 채팅 기록 가져오기는 외부 AI의 채팅 기록 전체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다만 채팅 기록의 용량과 플랫폼에 따라 최대 하루가 걸릴 수 있다.

외부 AI의 데이터를 학습시키지 않은 버전으로 다시 제미나이를 이용하고 싶다면 '임시 채팅' 모드를 켜면 된다. 제미나이가 기존에 이식한 외부 정보를 참조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답변하길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구글의 이번 행보는 급변하는 AI 사용 패턴에 발맞춰 경쟁사 AI를 이용하다 넘어오는 '이민자'의 유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번에 여러 AI를 활용하는 최근의 AI 이용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1월부터 4주간 실시한 '주례 생성형 AI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현재 제미나이 주 이용자의 65%는 첫 AI 서비스로 챗GPT를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제미나이 이용자 3명 중 2명이 챗GPT를 사용하다 넘어온 셈이다.

특히 제미나이는 1월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만 명대를 돌파하며 독주 중인 오픈AI의 챗GPT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달(9만 4760명)과 비교하면 30.5% 증가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역시 사용자 수를 꾸준히 확대하며 챗GPT의 뒤를 쫓고 있다. 클로드는 1월 16만 명이었던 MAU가 지난달 27만 명으로 20만 명대를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이 전쟁용으로 제한 없이 활용되는 것을 거부하고, 이에 반발한 미국 국방부가 회사를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불어 클로드 역시 제미나이와 유사한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을 최근 도입했다.

마리암 상글라지 구글 제미나이 앱 그룹 제품 관리자는 "가장 유용한 AI 비서는 개인화되고, 사용자의 선호도와 이전 대화를 이해하는 비서"라며 "모든 제미나이 계정에 새롭고 사용하기 쉬운 전환 도구를 도입해 다른 AI 앱에서 저장해 둔 추억, 맥락, 채팅 기록을 제미나이로 간편하게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