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산재 심각한데…우본, 업무 초단위 따지는 시스템 부활"

[국감현장]이훈기 "소포분류 1기당 5초…과로유발 평가 기준"
"쿠팡도 없앤 시스템…'산재근절 원년' 정부 기조와도 안 맞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며 위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의 업무 능률을 초 단위로 따지는 고강도 평가 시스템을 최근 재도입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배원의 산업재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환경만 더욱 혹독해질 거란 우려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선 이런 내용이 지적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우정사업본부의 산재가 총 2502건이고, 그중 집배원의 산재가 84.4%인 2088건을 차지한다"며 "산재율 자체로 봐도 (여타 직업군의) 평균 3배 이상"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우본이 2020년 중단한 '집배원 업무강도진단시스템'을 지난달 다시 도입했다는 점이다. 2017년 집배원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해당 시스템은 우본 노사 합의를 거쳐 2020년 폐지됐다.

이 의원에 "소포 분류 시간을 초 단위로 재는 시스템이다. 작업자가 롤 팔레트를 끌고, 소포를 바구니에 담고, 작업대에 쏟아붓기까지의 전 과정이 택배 1기당 5초 내로 이뤄져야 한다"며 "배달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PDA로 소포를 스캔하고, (문 앞) 바닥에 소포를 내려놓는 작업도 시간 기준이 초 단위다. 저중량 소포는 30초, 고중량은 49초 이내"라고 설명했다.

쿠팡도 비슷한 시스템인 '시간당 생산량'(UPH)를 과거 도입했다가 폐지한 바 있다.

집배원 노동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과거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은, '산재 근절 원년'을 내건 현 정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이 의원은 꼬집었다.

이 의원은 "정부 기관 중 인원이 가장 많은 우본에서 집배원을 기계처럼 부리려고 한다"며 상위 기관인 과기정통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집배원 노동 환경에 관심을 갖고,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있다"며 "업무강도 진단시스템 역시 개선이 필요한지, 혹은 철폐 해야 할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