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공계 노벨상 없는 韓…의대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비주류 연구도 꾸준히 투자하는 日 기초과학 지원체계 배워야"
"韓 성과 중심 평가에 투자기조 매번 바뀌어…장기연구 척박"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 교수(왼쪽)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News1 김경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일본이 올해 이공계열 부문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 교수가, 화학상엔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수년째 후보조차 거론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한국의 우수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쏠리는 현상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려운 연구의 길을 택한 인재들을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제도가 과학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 일본은 1970년대 산업기술 중심의 고도성장을 이룬 뒤, 기초과학 투자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주류 연구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본의 생태계가 가장 큰 부러움을 산다. 시몬 교수의 '조절 T세포', 기타가와 교수의 '금속-유기 골격체' 연구 모두 초기에는 학계에서 환영받지 못했지만 도전적인 연구를 계속하며 결국 빛을 봤다.

일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의 '노벨상 수상자의 경력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연구가 노벨상을 받는 데까지는 평균 29년이 걸린다. 두 일본 교수의 연구도 1990년대 시작됐다.

한국은 성과를 낼법한 안정적인 연구에만 투자가 이뤄진다. 정권에 따라 투자 기조도 바뀐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 기존과 상관없는 연구를 할 수밖에 없다.

평생 연구만 매진하도록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제도가 바뀌면 연구 주제를 갈아 치워야 한다. 연구계에 몸담을 유인이 떨어지니 인재들은 의대로 몰린다. 악순환이다.

정부는 지난해 AI 기반 단백질 구조분석 연구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자 '과학기술을 위한 AI'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나간 노벨상을 뒤늦게 벤치마킹한다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기초과학계의 '숨은 보석'을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 나갈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