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로 시작한 소액결제의 역사[손엄지의 IT살롱]
1997년부터 060, 700번대 번호로 ARS 소액결제 가능해져
사기에 취약했던 ARS 결제…20년 지나 ARS 인증에서도 같은 허점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전화 한 통이면 끝났다" 1990년대 말의 자동응답시스템(ARS) 소액결제는 이렇게 시작됐다. 은행 안내와 민원 서비스에 쓰이던 ARS가 어느 순간 결제 기능을 품게 되면서 버튼 몇 번만 누르면 통화료와 함께 이용료가 청구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1997년부터 본격 도입된 ARS 소액결제는 이용자가 060이나 700번대 번호로 전화를 걸면 기본 통화료에 추가로 일정 금액이 붙는 방식이었다. 신용카드가 없는 청소년이나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도 별도의 결제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었다.
2000년에 접어들자 휴대전화 보급과 함께 벨소리 다운로드, 컬러링 유료 결제가 유행하면서 ARS 결제는 대중적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신 인기곡을 휴대전화에 설정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ARS 소액결제는 젊은 층에도 인기를 끌었다.
편리했던 만큼 부작용도 컸다. 2007년 무렵부터 무료체험이나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실제로는 유료 과금을 청구하는 방식이 기승을 부렸다. 예컨대 '무료 운세 보기'라며 ARS 번호를 누르게 하고는 다음 달 요금 고지서에 비용이 청구되는 식이었다.
민원이 쏟아지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무료 체험을 빙자한 자동 과금, 미성년자 결제, 반복 청구 사례 등을 조사하고, 사업자들에게 광고 문구 명확화·이용자 동의 절차 강화·청소년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후 ARS 운용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행정규칙이 마련되면서 일정 부분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RS 기반 소액결제는 단순 음성 안내를 넘어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결제로 확장됐다. 신용카드·간편결제가 대세가 된 지금도 휴대전화 번호 인증과 ARS 응답을 결합한 방식은 다양한 온라인 결제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KT 소액결제 사태에서는 ARS 기반 시스템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소액결제를 진행할 때는 ARS 인증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통한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정부와 KT 모두 아직 어떤 경로로 ARS 인증이 뚫렸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ARS 소액결제는 동의 절차가 불명확하고 사기에 취약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ARS 인증 기반 휴대전화 소액결제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편리함 뒤에 가려진 구조적 허술함이 드러났다. 보안 강화와 제도적 보완 없이는 또다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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