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 안 되는 곳에 천재는 없다

(서울=뉴스1) 임해중 ICT과학부 부장 =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보상과 학습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동물을 대상으로 적절 보상을 연쇄적으로 설계하면 복잡한 행동을 유도할 정도로 학습 동기가 강화된다.
보상과 결과의 상관관계는 인간 사회에서도 뚜렷하다. 사람 심리는 보다 복합적이지만 강력한 보상이 따를 때 좋은 결과를 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산업 혹은 기업 분야에서 보상은 돈이다. 급여는 업무적합성, 조직 분위기 등 여러 요인과 비교해 대부분 우선한다.
따라서 하나의 성과가 시장 판도를 흔드는 분야에서는 인재에게 막대한 보상을 제공한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와 핵심 인력들을 영입하고자 19조 6000억원을 썼다. 생성형 AI 선두기업인 오픈 AI 연구원 8인을 빼오면서 1400억원에 가까운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내부 인재 대우에 집중한다. 올해 초 AI 시장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는 139명에 불과한 연구 인력으로 압도적인 가성비의 추론형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대부분 중국 대학 출신들인 이들 개발진 연봉은 2억5000만원 안팎을 오간다. 미국 엔비디아의 딥러닝 개발자 연봉과 유사하거나 더 높다. 중국 일반 대졸자 초봉과 비교하면 몇십 배 더 많다.
국내 AI 관련 개발자 평균 연봉은 8500만원 가량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 여기겠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보상이 낮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상위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된 기저에도 연구 환경과 대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매년 5만 명에 가까운 박사 연구진을 배출하고 있는 중국과 대조적이다.
AI 주권 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인재 육성을 위해 '이공계지원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마중물 역할을 해줄 강력한 카드가 없으면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혁개방 이후 이공계를 중점 육성한 중국이 AI 분야에서 성과를 낸 건 50여년 동안 정책 기조가 유지된 결과다. 될성부른 떡잎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정예 이공계 엘리트를 키워내려면 교육 시스템 재정비 등 제도·사회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들도 풀어내야 한다.
모두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할 과제다.
수확 가속의 법칙에 따라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AI 부문은 속도전이다. 장기 계획과 별도로 우수 인재들을 당장 확대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다행히 새정부 정책 로드맵을 짜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본격적으로 AI 100조원 민관 합동펀드 조성방안 논의에 나서면서 방법이 생겼다. 방법을 내려면 GPU 확보, AI 전문연구소 확보 등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우수 인력확보를 같은 우선순위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재원 투입 분야는 AI 인프라 구축, 7대 제조업 지능화, AI 반도체·양자기술 등 초격차 전략 등 부문이다. 이중 GPU 확보, 공공 AI 개발 등이 포함된 인프라 부문에 가장 많은 자금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인력을 GPU와 같은 우선순위에 놓으려면 인프라 항목에 재원 사용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공공 AI 개발에 참여한 기업과 함께 민관이 1:1로 재원을 조달해 보수를 확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중국 칭화대에는 첨단 산업 수재들의 산실인 야오반이라는 학과가 있다. 영재들이 몰리는 칭화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재들이 야오반으로 모인다. 이들은 학부 졸업시 최소 2억원의 연봉이 보장된다. 성과에 강력한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이 있으니 기술발전과 인재육성의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래서 새정부의 100조 펀드가 AI 인재 양성을 위한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
haezung22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