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여풍 소리 무색"…IT 업계도 예외 없는 女男 임금 격차, 왜?

주요 IT 기업 여성 근로자 상반기 보수 남성의 70~80% 수준
출산·육아로 밀려나는 여성들…"실력 있는 개발자 되려면 비출산 각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한국 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성별 임금 격차가 상대적으로 능력주의가 자리잡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등 고위 관리직에 진출하는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지만 '남초'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붙는 현장에서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국내 주요 IT 기업의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직원이 받는 평균 급여액은 남직원 급여의 70~80%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의 경우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제외한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이 6000만원, 여성이 4700만원이었다. 여직원은 남직원 급여액의 약 78%를 받는 수준이다. 네이버의 1인 평균 급여액(스톡옵션 행사차익 제외)은 여성이 6221만원, 남성이 7647만원으로, 여직원 급여가 남직원의 81% 수준이었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경우 여직원 급여가 남직원의 68% 수준에 그쳤다. 올 상반기 SK텔레콤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은 남성이 8700만원, 여성이 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성과 위주로 평가받는 능력주의와 평등한 문화를 내세우는 IT 업계에서도 성별에 따라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고연봉을 받는 고위직 내에 여성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등기임원 중에서는 사외이사 한명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다. 미등기임원 97명 중에서도 여성이 7명으로 전체 중 7%에 불과하다. 카카오는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이 모두 남성인데다 미등기임원 14명 중 여성은 단 4명이었다.

대표이사가 여성인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여성 고위직의 비율이 높다. 네이버의 여성 임원은 최수연 대표를 포함해 총 25명으로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체 임원 137명 중 18%를 차지했다.

지난 6월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 참석자 중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유일한 여성이었다. 왼쪽부터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권남훈 건국대 교수, 이 장관, 이원우 서울대 부총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남궁훈 카카오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공동취재) 2022.6.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 중 높은 자리에 오르는 여성은 여전히 적은 실정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 하는 최대 장벽은 결혼·출산·육아다. 출산 및 육아의 부담은 평균 근속 연수를 단축시키는 가장 큰 변수이자 경력 단절의 주된 원인이다.

ICT 업계 내 젠더 문제를 연구해온 신하영 세명대학교 교수는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들은 많아졌지만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비율은 낮고 특히 고연봉자 여성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직접 인터뷰했던 한 여성 개발자는 '잘하고 실력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으니까 애는 낳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런치 모드(신작 출시를 앞두고 단기간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 등의 조직 문화를 버티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애가 있으면 그게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개발자 직군 내에 여성이 적은 현실도 임금 격차를 심화한다. 채용 중개 업체 원티드랩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 직군이 비개발 직군보다 평균 10%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지난달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1년 소프트웨어(SW) 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SW 전문 인력 중 경영지원·전략기획·영업·마케팅 등을 제외한 전문 인력 중 여성의 비중은 20%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시 상위 합격자가 여성이 휩쓰는 등 입사시 성적순으로 하면 여성의 합격률이 높지만 출산과 육아 등을 거치면서 여성들이 조직에서 이탈하게 되고 그 결과 고위직에 여성비율이 낮아 남녀 임금 격차 문제는 여전하다"며 "출산과 육아 문제를 국가에서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의 비출산 문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g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