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 속도 못 따라가는 中企…발주 끊기고 매출 공백 '한숨'

"반도체 제조업 '통합환경허가' 도입 후 매출 35% 감소"
환경 규제 시 공급망 영향 평가·단계적 전환 필요성 제기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환경 규제 강화로 반도체 제조 대기업들이 기존의 오염방지 시설물을 고효율 설비로 바꾸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이 기존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닌 새롭게 도입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출 저하가 발생한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제조업 '통합환경허가' 시행…규제 속도 버거운 중소기업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대기업들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과 통합환경허가 제도 도입에 따라 2024년 말까지 통합허가를 완료했다.

통합환경허가란 사업장에 적용되는 대기·수질·폐기물 등 각종 환경 인허가를 각각 따로 관리하지 않고, 사업장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에 따라 반도체 제조사들은 새로운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스크러버(유독 물질 정화 장비) 등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고효율 설비로 개선했고, 이에 따라 기존 부품을 신규 사양으로 변경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설비 사양은 빠르게 전환된 반면, 이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중소기업은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매출이 급감하는 애로가 발생했다.

협력기업은 신규 부품 제작 시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성능시험, 고객사 품질 승인, 양산 검증까지 거쳐야 해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사가 기존 사양의 부품 발주를 먼저 중단하면 새 제품의 승인이 완료될 때까지 납품이 불가능해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일례로 반도체 스크러버용 플랜지와 냉각모듈을 생산해 반도체 대기업 공급하는 오에이치엔지니어링은 규제에 따른 스크러버 설비 사양 변경으로 기존 제품을 납품할 수 없게 됐다.

회사는 신규 사양을 적용한 제품 개발을 완료했지만 고객사의 품질 검증과 승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제품 납품이 중단됐고, 매출은 2024년 23억 원에서 2025년 15억 원으로 약 35% 감소했다.

오에이치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현장에서 테스트한 후 업그레이드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이 이어지다 보니 빠르게 납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전보다는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현재는 환경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제품 위주로만 납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환경 규제 도입 시 공급망 영향 평가 필요"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통합환경허가 운영 과정에서 설비나 핵심 부품의 사양이 변경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협력기업의 기술 전환 기간과 품질 승인 기간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공급망 영향평가 절차를 추가하고, 기존 부품의 공급이 일시에 중단되지 않도록 일정 기간 동안 기존 제품을 허용하거나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운영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경규제 시 핵심부품을 개발하거나 시제품 제작, 시험·검증에 들어가는 정책자금과 연구개발을 지원해 협력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환경 규제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도록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건의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해결 방안에 대해 중기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