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 분위기입니다"…홈플러스 납품中企, 대금 미정산에 생존 위기
미정산금 평균 7.4억원…납품대금 수개월째 묶여 자금난
정부 4400억 유동성 지원에도 "당장 필요한 건 정산"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되면서 협력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개월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협력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텨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최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대해 수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14일간의 즉시항고 기간 동안 홈플러스가 약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경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은 홈플러스에 대한 파산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전국 67개 점포와 9000여 명의 직원은 물론 약 4300개 협력업체들도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홈플러스 납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지급된 납품대금은 업체당 평균 7억 7400만 원에 달했다. 5억 원 이상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대부분 협력업체들은 납품일로부터 60일이 넘도록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원부자재 구입대금과 하도급 대금 지급은 물론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필요한 운영자금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담보로 한 대주단의 긴급 자금 지원과 미정산 대금 우선 지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확대와 저금리 특례대출 등 실질적인 금융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침통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묻는 질문에 "초상집 분위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정부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도대체 뭘 해준다는 것인지 현장에서는 체감이 안 된다"며 "미정산금이 수개월째 묶여 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납품대금을 받아야 직원 월급도 주고 원부자재도 살 수 있는데 돈이 계속 묶여 있다"며 "그동안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와 관련해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00만 원의 대지급금과 저금리 생계비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와 거래한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는 총 4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은 금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받아야 할 납품대금이 장기간 묶여 있는 만큼 대출 확대보다 미정산 대금을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협력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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