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폐업'은 피했지만 체감 경기 '꽁꽁'…"소상공인 경쟁력 키워야"

소상공인 6대 업종 폐업률 3년 연속 11%대…폐업 사유 '사업 부진
중기부, 소상공인 희망리턴패키지·위기징후 모니터링 지원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2.1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가 97만 6000개를 기록하며 '100만 폐업'(2024년) 아래로 내려왔지만 소상공인 업계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 붙어있다. 내수 부진과 고물가·고금리·고정비 부담 등으로 향후 전망도 낙관하긴 이르단 시각이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폐업자 현황·실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직전년 100만 8000개보다 3만 2000개 감소했다. 폐업률도 8.64%로 전년(9.04%)보다 0.40%포인트(p) 하락하며 9% 아래로 내려왔다.

정부는 지난해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소비 촉진 행사 등 내수 진작 정책과 경영안정 지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원영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폐업자 수 감소 원인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단정하기 쉽지 않지만, 지난해 적극적인 정책 집행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폐업과 관련한 지난해 지표는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도매업·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은 75만 1000개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8.64%)보다 2.44%포인트(p) 높았다. 전체 폐업은 줄었지만 폐업 충격은 여전히 소상공인 업종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폐업 원인도 경기 침체를 반영했다. 전체 폐업 사유 가운데 '사업부진'이 50.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2023년 48.9%, 2024년 50.2%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실태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최근 1년 이내 폐업한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업 이유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꼽은 응답이 70.9%에 달했다. 그 배경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62.5%)가 가장 많았고, 이어 원재료비 상승(29.4%), 인건비 상승(28.8%), 임대료·관리비 등 고정비 상승(24.9%) 순이었다.

고금리 여파도 여전했다. 폐업 당시 부채를 보유한 응답자는 68.5%로 10명 중 7명 수준이었고 평균 부채는 8531만 원으로 집계됐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대출금 상환(45.5%), 폐업 이후에는 가계 생계비 부족(4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학가 개강을 앞둔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가 주말 점심시간임에도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3.3 ⓒ 뉴스1 이동해 기자

전문가들은 폐업 관련 지표가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것으로 소상공인의 경기가 나아졌다고 해석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3고' 기조에 따라 전반적으로 경기가 악화하고 소비 자체가 줄고 있어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폐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100만 개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은 자영업자들이 결국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라며 "특히 고령 자영업자의 경우 유통 구조 트렌드 변화에 익숙치 못하고 디지털 전환에 함께할 수 없어 폐업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 본부장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에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은 결국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에 리스크를 줄 수밖에 없는 위험적 요소"라며 "폐업 비용에 대한 현실적 지원, 내수 활성화 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경기 회복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닌, 도전하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업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통해 마케팅, 홍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폐업 이후 재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점포 철거비와 사업정리 컨설팅,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위기징후 모니터링을 통해 경영 악화 사업자를 조기에 발굴해 상담과 채무조정 등을 연계하고 있다.

또 올해 9월에는 취업·재창업 등 폐업 이후 재기 경로 통계를 처음 공개하고, 내년부터는 폐업 현황과 실태 통계를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해 데이터 기반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생계형 창업은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력, 지식이 요구되지 않아 과밀한 경쟁이 일어나게 돼 도태되기 쉽다"며 "최소한 6개월에 한 번 혁신이 필요한데 실제 자영업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여유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협동조합을 구성하게 되면 브랜드 파워가 생기고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며 "정부도 지역단위, 상가단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