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터치…수출 K-브랜드 '기회' vs 내수 中企 '비명'

원자재 가격 상승에 中企 직격탄…북미 수출기업 환차익 기대
호르무즈 리스크에 유가·환율 동반 급등…정부 '예의주시'

주간거래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었던 달러·원 환율이 당국 개입 가능성 등 요인으로 하락하며 1497원 선에서 마감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주간거래(장중) 1500원대를 터치하면서 수출 주력 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K-브랜드' 제조 업계는 '환율 효과'를 일부 누릴 전망이다. 반면 내수 중심의 중소 제조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샌드위치 압박'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93.7원) 대비 3.8원 오른 1497.5원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엔 1501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지속 시엔 달러당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6.80원(0.46%)오른 1,500.50으로 개장하고 있다. 2026.3.16 ⓒ 뉴스1 김명섭 기자

고환율 기조에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 중견 기업(농기계·보일러 등)은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환차익을 활용해 마케팅 규모를 키워 고객 접점을 확대하거나, 기존 대비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현지 경쟁사 대비 가격경쟁력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단기적으론 호재다.

일부 기업도 지난해 환차익을 활용해 북미 출하 물량 늘리고 현지 프로모션 규모를 키워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다만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보면 수입 원자재·부품·운임 등 비용 요인이 함께 작용해 '고환율=수출 호재' 공식은 점차 약해지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철강·알루미늄·석유화학 등 주요 중간재(원자재·부품)를 달러로 수입해 가공 후 다시 수출하는 구조상 원자재·부품 단가와 물류비까지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하면 원가·물류비 부담이 커지기에 단기 급등이 아니라면 수출 기업도 웃을 수 없다는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내수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달러·원 환율 1350원~1480원 변동)에 이어 올해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원·부자재 결제를 대부분 달러로 해야 하는 철강·알루미늄·석유화학 업종은 납품단가에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마진을 남기기 쉽지 않은 구조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일부 중소기업은 원·부자재 구매 규모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축소 경영'으로 버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동 상황 장기화 대비 중소기업·소상고인 영향점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대출 상환 만기 연장 방안 등을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수출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환리스크 금융 지원을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내수 중소기업·소상공인까지 넓히기로 했다.

호르무즈 봉쇄 영향으로 운송 차질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 '중동 특화 긴급물류바우처'도 신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과 원·부자재 수입 기업 모두 환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중소기업 경우 대기업과 장기 납품 계약에서 단가 인상 협상은 느린 반면 환율 상승은 매입 단가에 즉시 반영되는 지점도 있어 환율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 약정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