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믿으면 안돼" 수출 '다변화'가 살 길…노동 규제도 리스크

중기연 6차 심포지엄 열고 2026년 이슈 및 대응방향 논의
전문가들 "산업계 자체 노력과 더불어 정부-학계 협력 필요"

선용욱 중기연 부연구위원은 29일 서울 신대방동 중기연 심석홀에서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슈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내년 주요 이슈로 수출구조 다변화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AI 활용과 일자리 구조 변화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선정한 10대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의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 학계 , 연구계 간의 꾸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9일 서울 신대방동 중기연 심석홀에서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슈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제6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선용욱 중기연 부연구위원은 업계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해 도출한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10대 이슈'를 발표했다.

10대 이슈는 2026년도 정부 예산과 시행 예정 법령, 경영·경제·기술 트렌드 전망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도출한 뒤, 소상공인·중소기업·스타트업 관계자와 전문가 설문을 통해 최종 선정됐다.

선 부연구위원은 선정한 10대 이슈를 크게 기업경영, 기술환경, 정치·사회 분야로 분류했다. 기업경영에는 △중소기업 수출구조 다변화 △연기금의 벤처투자 제도화 논의 △소상공인의 글로벌 매출기반 확보가 포함됐다.

기술환경 분야에는 △기업 간 디지털 기술 도입 격차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전환이 정치·사회에는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단계적 법정 정년 연장 △AI 활용과 일자리 구조 변화 △온라인플랫폼 생태계 공정화가 꼽혔다.

중기업계 주요 이슈는 '수출'·'노동 구조 변화'

중기업계는 수출 구조의 다변화와 노동 구조 변화가 내년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0대 이슈를 중심으로 업계가 내년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출의 축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경제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수출의 무게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일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남윤형 중기연 수석연구위원은 "아세안이나 중동 중남미 등으로 개척하는 시장 다변화 노력은 필요하고 시장뿐 아니라 품목에 대한 다변화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 중 등의 갈등에서 자유로운, 민감도가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 확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단계적 법정 정년연장도 중기업계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선 부연구위원은 "법정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구조가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남 수석연구위원은 "사실 우리가 4.5일제도 있고 52시간도 있고 정년 연장도 있고 노동자의 근로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인데 누구에게 부담 경감은 누구에게는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며 "노동자의 권익과 중소기업의 생존을 다양하게 고려해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벤처업계 연기금 벤처투자 제도화와 AI 주시

벤처업계에서는 연기금의 벤처투자 제도화 논의와 AI 활용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를 주요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1023조 원 규모의 법정기금(국민연금 등)이 대한민국에서 운용 중이며 이 중 180조 원이 여유자금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에 올해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를 담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선 부연구위원은 "연기금의 벤처투자 제도화는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이 모험자본 시장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 기반 창업부터 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AI 활용에 따른 일자리 생멸도 벤처업계의 주요 이슈로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 도입으로 2030년까지 1억 7000만 개 일자리가 생성되고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권식 중기연 벤처실장은 "AI 확산으로 일자리의 양보다 직무 구조 변화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고 벤처기업의 성장 방식 역시 인력 확대 중심에서 데이터 활용과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AI 활용 역량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중소·벤처기업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력 전환과 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9일 서울 신대방동 중기연 심석홀에서 '2026년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슈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제6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소상공인들 사업구조 개선 관심…근기법 확대는 우려

소상공인 부문에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단순한 매출 회복을 넘어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화두로 떠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내년 소상공인의 상황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계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 비중은 2023년 36.5%에서 2024년 44.8%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한계기업 중 해당 연도에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비중은 16.3%에서 12.8%로 하락했다.

그는 "한계기업의 장기화와 회복률 하락은 소상공인이 구조적인 전환 없이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며 "매출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업 모델과 비용 구조 개선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정운영 계획에 포함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서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드러났다.

근로기준법의 주요 골자는 △주 52시간 근로 제한 △해고 제한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 수당 지급, △연차 유급휴가 지급 등이다. 현재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5인 미안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정수정 중기연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먼저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 소상공인이 실제로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제도 변화가 경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역시 노동자 보호라는 방향성과 함께 소상공인의 경영 현실을 연결하는 보완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중기연구원장은 "금리·고물가 장기화와 글로벌 불확실성,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관점의 정책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번 논의가 향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