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사채 오버행이 현실로"…자사주로 장사한 SNT다이내믹스

[자사주 쌓아둔 中企]⑨SNT다이내믹스, 자사주 소각 불투명
저점에 자사주 사 모아 고점에 교환사채 발행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SNT다이내믹스와 SNT모티브가 폴란드 키엘체(Kielce)에서 열린 'MSPO 2025' 국제방산전시회에 참가한 모습(SNT다이내믹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SNT다이내믹스(003570)가 자사주로 교환사채를 발행한 지 3개월 만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25일 최고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10월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며 11월 기준 종전 최고가 대비 30% 넘게 빠졌다. 자사주로 발행한 교환사채의 43%가 두 달 만에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교환사채 발행으로 1100억 원을 조달한 SNT다이내믹스는 이를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반면 잔여 자사주에 대한 소각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자사주 교환사채로 1100억원 조달…자사주 비율 낮아져

7일 SNT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5월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자사주 252만 4267주를 활용해 1100억 원을 조달하는 건으로, 처분 대상자는 IMM크레딧솔루션이 사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파이프솔루션3호 유한회사'다.

SNT다이내믹스는 교환사채로 조달한 1100억 원을 시설자금, 연구비, 운전자금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시설자금 450억 원, 연구비 480억 원, 운전자금 170억 원 규모다. 회사는 해당 자금을 올해부터 2027년 이후까지 장기간에 걸쳐 활용할 계획이다.

SNT다이내믹스는 지난 7월 교환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교환사채를 발행하기 직전 SNT다이내믹스는 자사주 1085만 8846주(주식배당 1152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총발행주식 중 3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중소·중견기업(금융회사 제외) 상위 9번째다.

교환사채로 발행한 자사주를 제외하면 SNT다이내믹스의 자사주 비율은 25.06%로 낮아진다. 보유 자사주 수량 역시 833만 4579주로 줄어든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저점에 사 모은 자사주, 고점에 교환사채로 발행

SNT다이내믹스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특히 주가가 5000원대에 머물며 저점을 형성한 2020년에 네 번에 걸쳐 439만 6923주를 집중 취득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투입한 누적 금액은 약 840억 원으로 파악된다. 1주당 평균 7768원에 취득했다. 반면 이번 교환사채의 교환가액은 발행을 결의한 올해 5월 평균주가의 110%인 4만 3577원으로 책정됐다.

이 때문에 SNT다이내믹스는 저렴한 가격에 대거 사들인 자사주를 비싸게 처분한 셈이 됐다. 실제로 SNT다이내믹스는 자사주의 약 23%만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했음에도 전체 자사주 매입에 썼던 금액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SNT다이내믹스의 교환사채를 매입한 파이프솔루션3호도 시세 차익으로 이득을 봤다.

SNT다이내믹스 공시에 따르면 파이프솔루션3호는 7월 24일부터 9월 19일까지 108만 1847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시장에 매도했다. 이 시기 주가는 5만~6만 원 중반에 형성돼 있었다. 주당 최소 1만 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 시기 파이프솔루션3호가 처분한 교환사채 수량은 전체 교환사채 발행 수량의 43% 수준이다. 가장 최근에 공시된 9월 19일 이후 추가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교환사채 발행 시 제기되는 오버행 우려가 현실화하듯 SNT다이내믹스의 주가는 10월부터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2008년에 이익소각 한 번…향후 소각 계획은 '흐림'

SNT다이내믹스는 2008년에 9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한 뒤 이를 소각한 바 있다. 다만 이후에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한 적은 없다. 가장 최근 공시인 반기보고서에서도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회사의 장기적인 자본 운용 계획과 재무구조,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반면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여지를 남겨뒀다.

SNT다이내믹스는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나 실행 방안은 검토 중이지 않다'면서도 '전략적 투자나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임직원의 보상 재원 및 시장에서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종합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SNT다이내믹스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사주 처분 및 소각 계획은 경영진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교환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SNT다이내믹스의 교환사채는 형식상 사채 발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구조"라며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 구간에서 교환권을 행사하거나 시장에서 매도할 유인이 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일반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늦게 전달될 수 있어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자사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자 지난 10월 20일부터 교환사채 발행 시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 주요 정보를 상세히 기재하도록 공시 작성 기준을 개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50건, 1조 4455억 원으로 지난해 총 발행 규모(28건, 9863억 원)를 넘어섰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방산 제품 생산하는 SNT다이내믹스, 지난해 매출·영업익 큰 폭 성장

SNT다이내믹스는 1959년 4월 1일 설립해 1976년 7월 8일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다. 1984년 동양기계공업과 합병 후 상호를 '통일'로 변경했고 이후 세일중공업, 통일중공업, S&T중공업, SNT중공업 등으로 이름을 바꿔왔다. 현재 사명은 2023년에 결정됐다.

SNT다이내믹스의 주요 사업은 운수장비사업과 기계사업으로 구분된다.

운수장비사업은 방산용 변속기 및 총화포를 생산하는 방위산업 제품과 변속기 및 차축 등을 생산하는 차량부품으로 다시 나뉜다. 기계사업은 공작기계 등을 생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출액은 운수장비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운수장비사업의 매출액 비중은 2024년 기준 99.4%에 달한다.

지난해 SNT다이내믹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61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65.7% 증가한 1105억 원으로 집계됐다.

SNT다이내믹스의 최대 주주는 SNT홀딩스(036530)다. SNT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SNT모티브(064960), SNT에너지(100840)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