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절벽 온다" 부동산 조이기에 가구·건자재 '날벼락'

"인테리어 수요 급감…이사철 실종되며 가구도 위축"
상반기 영업익 이미 70% 급감…하반기 "20% 더 빠진다" 전망

1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0.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 경기도에 생산공장을 둔 한 중견 건자재 기업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유리를 생산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신축 물량이 급감해 수주량이 거의 없는데도 설비를 껐다 켜는 비용 때문에 기계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5개 설비 중 3개를 돌리고 있는데 재고만 쌓이고 있다"며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추가 대책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가구·건자재 업계에 겹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삼중 규제로 묶이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 거래물량이 급감해 소비심리 침체로 위축된 인테리어·가구 수요가 뚝 끊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상보다 너무 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지난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대상이라 초강력 대책이란 평가다.

업계는 "겹악재가 터졌다" "예상보다 너무 세다"는 반응이다. 통상 이사 수요와 맞물리는 인테리어·가구 수요가 쪼그라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대책 발표 직후 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매수자들이 몰리며 신고가 계약이 속출, 거래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신축도 신축이지만 일단 이사를 해야 바닥·벽지를 바꾸거나 주방도 새로 짤 텐데, 당장 거래 자체가 잠겨버리면 단기적으로 큰 악재"라며 "정책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업황이 어려울 걸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B2B(기업 간 거래)에 주력하는 곳은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어졌다고 토로한다. 건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너무 센 대책이 나왔다"며 "홈퍼니싱 같은 B2C(소비자 대상 거래)는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 일부 살아날 수 있지만 창호 등 건자재는 그런 경향도 없다"고 했다.

앞서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가구업계 매출 1위 한샘(009240)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0% 가까이 빠졌고, 2위 현대리바트(079430)도 40%가량 줄었다.

건자재기업 LX하우시스(108670)는 2분기 영업이익이 66% 넘게 감소했고, KCC글라스(344820)는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방시장 침체 영향으로 매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건축용 페인트 시장도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책 리스크가 건설, 건자재 업종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건자재의 경우 거래량 급감에 따른 B2C 실적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적 전망도 '빨간불'
지난 3월 고양 가구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구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 2025.3.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실적 전망도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건자재, 가구업계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2년은 외형 성장은커녕 버티기조차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위축된 소비심리, 주택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외형과 이익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설령 매매가 일부 회복된다고 해도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실제 상반기 아파트 거래량은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 등으로 전년동기보다 119% 늘었지만, 소비심리 침체로 인테리어·가구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가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심리나 건설경기 둘 중 하나만 우호적이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둘 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소 2년은 외형 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인테리어 성수기인 가을철을 노리고 막판 판촉을 강화하거나 간헐적으로 나오는 입주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수요를 잡기 위한 판촉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