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있으면 뭐하나"…기술 뺏긴 中企, 조정 80% 불성립

[국감브리핑]서왕진 의원 "불응 시 제도 무력화" 지적

지난 8월 1일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대회의실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2025.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 신청 사건 10건 중 8건이 불성립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조정 절차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기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은 총 256건으로 이 중 조정이 성립된 건은 58건(2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사실 확인 불가', '피신청인 조정 의사 없음' 등의 사유로 중단된 건은 113건, 조정안이 제시됐음에도 당사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성립된 건은 116건 중 58건에 달했다.

기술탈취 피해 기업이 어렵게 조정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상대방이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할 경우 제도가 무력화된다는 지적이다.

기술분쟁 조정제도 연도별 현황(서왕진 의원실 제공)

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간 '곰표밀맥주 분쟁'도 기술분쟁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인석 대한제분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제3의 회계법인이 산정한 68억 원의 손해 산정을 수용하지 않아 최근 기술분쟁조정 피신청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분은 지난 9월과 이달 10일로 예정됐던 기술분쟁조정 답변서 제출 연기를 신청했다.

서 의원은 "정부가 기술탈취 근절을 외치면서도 정작 조정 단계에서 아무런 강제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조정 불성립 사건에 대해서는 비식별화된 사건 요지와 경과를 공표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정안에 준사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탈취 피해는 기업의 도산과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는 사회적 재난 수준의 문제"라며 "기술분쟁조정제도의 실질화와 함께 올해를 기술탈취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