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독점한 OLED 핵심 부품 특허...국산 기술로 글로벌 꿈꾼다

건식 식각 특허 개발해 보유…"500ppi 한계 극복 가능"
기술 활용해 전자파 차폐·브이글라스·필터 등 사업다각화

30일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파인메탈마스크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벤처기업협회 제공)

(오산=뉴스1) 이정후 기자 =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OLED 전 세계 1위인데 핵심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태입니다. OLED 핵심 산업인 파인메탈마스크(FMM)를 국산화하지 않으면 LCD가 중국으로 넘어갔듯 주도권을 뺏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볼트크리에이션 공장에서 최상준 대표는 주력 상품인 FMM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볼트크리에이션은 2015년 설립한 기업이다. 산업 곳곳에 쓰이는 미세 식각 기술에 강점이 있다. 올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에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브이글라스' 상품으로 CES 2024 혁신상을 받는 등 국내외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볼트크리에이션의 주력 사업 부문은 △OLED용 FMM △전자파 차폐 △브이글라스(V-glass) △폴리머 에어필터 등 총 4개다.

볼트크리에이션 회사 내부(벤처기업협회 제공)

이날 찾은 오산 공장은 FMM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기흥에 있는 또 다른 공장은 브이글라스와 폴리머 에어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FMM은 OLED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필수 부품이다. 제품의 기판 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유기 물질을 증착시키는 데 쓰이는 일종의 가이드로 사용된다.

FMM에 뚫려 있는 구멍이 작을수록 단위 면적에 증착되는 유기 물질이 늘어나 OLED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높아진다. 현재 상용화돼 있는 기술은 2015년 개발된 500ppi대 수준으로 약 10년간 정체되어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현재 FMM 시장은 일본의 다이니폰 주식회사가 약 7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일본의 FMM을 사용 중이다.

최 대표는 "일본이 주로 사용하는 습식 공정 등은 대부분 특허가 걸려 있어 해당 방식으로는 기술 개발이 어렵다"며 "볼트크리에이션은 건식 식각 공정을 개발해 특허를 선점하고 상용화를 앞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미경으로 살펴본 볼트크리에이션의 파인메탈마스크, 미세한 구멍의 지름은 20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2023.11.30/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공장에 위치한 클린룸으로 이동하니 볼트크리에이션이 개발한 FMM의 생산 공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미경으로 본 FMM에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던 미세한 구멍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최 대표는 "경쟁사는 구멍의 지름이 30마이크로미터 수준이지만 우리는 20마이크로미터까지 식각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750ppi 수준까지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볼트크리에이션이 개발한 건식 식각의 강점은 △미세 타공으로 고해상도 구현 △저온 식각으로 재질 변화 없음 △부산물 미발생 △높은 생산 수율 △검증된 압연재 사용 △지식재산권 확보 완료 등이다. 회사에 따르면 가공 장비도 직접 만들어 경쟁사 대비 생산 가격도 10분의 1 수준이다.

방진복을 입고 입장한 포토룸에는 FMM 공정 단계의 일부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인바'라는 니켈-철 합금의 금속판을 재단해 노광기로 옮긴 뒤 자외선을 노출하는 과정이다. 빛의 노출 유무에 따라 금속판 위에 패턴이 생겨났다.

노광 장비를 통해 공정 중인 파인메탈마스크(벤처기업협회 제공)

FMM 기술을 개발한 볼트크리에이션이지만 해당 미세 식각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전투기·탱크 등 방산에 주로 쓰이는 '전자파 차폐'가 있다. 한국형 전투기인 'KF-X'에 사용되는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TGP) 부품 중 하나로 미국 록히드마틴이 기술 이전을 거절한 기술이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의 전자파 교란을 방지하고 향후 '도심형 항공기'(UAM)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다른 핵심 산업은 '브이글라스'로 필름 혹은 유리 위에 미세한 패턴을 입혀 물이 맺히지 않게 해주는 상품이다. 카메라 센서를 사용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지름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구멍을 뚫는 폴리머 에어필터는 공기청정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수분이 차단돼 물청소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약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볼트크리에이션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IPO를 자신하는 이유는 꽤 많은 성과들이 수요 업체들과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력에 있어서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