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제도 '최소요건·조세부담' 허들에 반쪽짜리 전락하나
벤처업계, 투자유치 하한·주주 설득 등 요건 충족에 어려움
조세 부담도 걸림돌…중기부 "과세 이연 방안 추진"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시행됐지만 벤처업계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식 발행을 위한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출자 방식에 따라 대량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제도의 세부 사항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17일부로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면 창업주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창업 후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야 하고 마지막 받은 투자액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지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 시에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창업주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업계에서는 엄격한 요건으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만큼 통상적으로 주주총회가 열리는 2월쯤 업계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조건이 매우 엄격해서 이에 해당하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조금씩 확대할 수 있겠지만 시작에 있어서는 소수에 해보자는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일도 넘어야 할 산이다. 투자액 기준을 맞추더라도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위해선 발행주식총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위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염두에 뒀던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 B씨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일 것"이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때 보통주 현물출자 방식을 택하면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부과가 없는 현금 납입 방식을 취하도록 하지만 현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위해 보통주 현물출자도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특례 규정을 따를 경우 누진세가 적용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중기부도 보통주 현물출자 방식을 활용할 경우 창업주의 조세 부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세를 이연하는 납부 특례를 신설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이연 납부 특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내년 7~8월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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