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상 투자 복수의결권 허용…문턱 높다 vs 최소한 안전장치

마지막 투자 50억원 이상…11월17일 시행 예정
"경영권 잃을 수 있는 고성장 벤처 위한 제도, 취지에 알맞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벤처기업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창업주는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게 되지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한다. 또 마지막 받은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문턱이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 유치 규모가 과도하게 높다는 얘기다. 반면 대다수는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쓰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견해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의 세부 사항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차등의결권이라고도 불리는 복수의결권은 주당 의결권 수가 복수로 부여되는 주식이다. 관련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은 투자유치로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등의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11월1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은 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 제외 통보를 받는 경우에도 발행된 복수의결권주식이 즉시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업계에선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환영하는 한편 100억원을 설정된 투자 유치 하한이 높은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조건에 맞는 기업들은 이미 투자를 많이 받고 기업 가치가 높은 곳들이 대부분일 거라 스타기업들이 우선적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자사의 경우 아직 (복수의결권 발행을) 고민할 시기는 아니지만 그때가서 기준에 맞출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유오피스 프론트원에서 열린 복수의결권 안착을 위한 벤처기업계 민당정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6.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대다수는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맞게 쓰일 수 있도록 고안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데 목소리를 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제도는 사실 모든 벤처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장 직전에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고성장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라며 "제도가 남용되서는 안되며 (투자금 하한 요건은) 본래 고안된 취지에 맞게 쓰이기 위한 장치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복수의결권 관련 법안이 국회에 통과될 때에도 남용이나 남발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이 때문에 통과도 어려웠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설정한 기준이다. 논란이 많았던 제도인 만큼 보수적으로 시행하고 향후 활용도나 요구사항을 검토해 하한을 낮추는 등의 논의를 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의결권제도는 당초 보편적인 제도로 도입된 것이 아니고 (하한 기준은) 타협의 산물로 봐야 한다"며 "벤처기업 중에서도 혁신성을 가진 곳에 일종에 혜택을 준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중기부에서도 사전에 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쳤으며 면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준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얼마나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았을 때 창업주의 의결권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 등의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설정한 기준"이라며 "기준과 관련해 벤처업계와도 충분히 논의했고 당시에도 관련해 이견은 없었다"고 했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복수의결권 제도가 혁신벤처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며 "개정안에 대해 현장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