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프라이팬 만드는데 공정이 39개나?"…해피콜, 스마트공장 변신중

'가장 싼' 아닌 '가장 좋은'에 초점…단조·세척·코팅 기술력 앞서
1단계 스마트화 공정 완료, 최종 생산량 1.5~2배 증가 기대

경남 김해 해피콜 공장에서 스마트공장화 1단계를 마친 생산 공정에서 프라이팬이 생산되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김해=뉴스1) 조현기 기자 = "총 39단계입니다"

지난 9일 경남 김해 해피콜 공장 생산라인에서 만난 정영곤 생산기술팀 과장의 설명이다. 솔직히 매일 사용하는 프라이팬에 이 정도로 많은 수고가 들어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프라이팬이 단순한 공산품 같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술들이 숨어 있었다.

해피콜 프라이팬은 알루미늄 판재→단조 성형→컷팅→연마→세척→손잡이 용접→샌딩→5회 세척→외장 코팅→소성(가마에 넣어 굽기)→내장 코팅(3회+패턴 인쇄)→소성(가마에 넣어 굽기)→면취→ 손잡이 조립→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주요 단계에서 진행되는 품질 검수까지 합치면 총 39단계를 거쳐야 프라이팬 하나가 완성된다.

정 과장은 "해피콜은 가장 값싼 프라이팬보단 가장 좋은 프라이팬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 2010년부터 지난 9월까지 11년 9개월 동안 3085만개를 생산했다. 15초에 1개꼴로 판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는 2092만명이다. 물론 모든 집이 해피콜 프라이팬을 보유하고 있진 않겠지만, 산술적으로 1가구당 1.5개 해피콜 프라이팬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남 김해 해피콜 공장 생산라인 ⓒ 뉴스1 조현기 기자

◇ 해피콜 프라이팬이 뭐가 다르길래?…'단조·세척·코팅' 핵심 기술력 갖춰

좋은 프라이팬이란 '단단하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코팅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팬'이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조 △세척 △코팅 등 3가지 공정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튼튼한 프라이팬에 코팅이 잘 입혀질 때 좋은 프라이팬이 되는 것이다.

해피콜은 공장 생산라인을 공개하며 최고의 프라이팬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선 해피콜은 첫 공정인 단조 공정부터 다르다고 역설했다. 단조는 고체인 금속재료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알루미늄에 강한 압력을 가해 프라이팬의 형상을 만드는 공정이다. 6대 뿌리산업 중 하나로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공정이기도 하다.

해피콜은 1000~5000톤의 압력을 가하는 프레스를 통해 프라이팬 형상을 제작한다. 반면 저가 프라이팬은 100~500톤 프레스를 활용해 프라이팬 형상을 만든다.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고강도 압력을 받은 프라이팬은 알루미늄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밀도가 높은 프라이팬은 뒤틀림과 변형에 강하고, 열효율이 높다.

또 해피콜 생산 라인에는 주요 공정이 끝날 때마다 세척과 건조 공정을 거친다. 세척은 좋은 코팅의 선결조건이다. 프라이팬은 제조 과정에서 모래, 금속가루, 기름 등이 많이 묻는다. 만일 이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코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쉽게 생각하면 휴대폰 액정에 보호필름을 붙일 때 액정 표면에 이물질이 있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해피콜은 8차례에 걸쳐 초순수 증류수를 활용해 프라이팬을 세척한다. 반면 저가 프라이팬은 천, 에어컨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완벽하게 이물질을 제거하기 힘들다.

코팅 공정은 '6번 코팅처리와 5번 굽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같은 공정은 다른 프라이팬 회사들도 거의 동일하게 한다. 하지만 공정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 해피콜은 코팅에 들어가는 코팅제를 타사에 비해 10~30%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

정 과장은 "만일 좋은 코팅제가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에서부터 생산을 거부할 정도"라며 "제일 좋은 코팅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콜 모델 브레이브걸스 ⓒ 뉴스1

◇ 해피콜, 올해 매출 1200억원 예상…"MZ세대 공략·스마트공장화로 대변신 중"

해피콜의 올해 매출은 12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해피콜은 위기였다. 지난 1999년 만들어진 해피콜은 양면 프라이팬 신화를 쓰며 국내 주방용품업계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눌러붙지 않는 '다이아몬드 프라이팬'과 초고속 블렌더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국내 대표 주방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 포화와 해외 프리미엄 주방용품 등이 밀어닥치면서 회사가 급격히 흔들렸다. 3년 사이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지난 2016년 2071억원을 기록한 뒤 △2017년 1433억원 △2018년 1283억원 △2019년 1091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69억원으로 반등한데 이어 올해는 1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흔들리던 해피콜은 지난 2019년 박소연 대표가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고 현재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통 구조 개선 △브랜드 이미지 개선 △공장 스마트화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우선 홈쇼핑에 치중하던 유통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홈쇼핑 판매 비중을 90%에서 40%대까지 낮췄다. 대세가 된 온라인 매출 비중을 10%대에서 최근 40%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MZ세대도 좋아하는 브랜드로도 거듭나기 위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플렉스팬 생산과 브레이브걸스 모델 기용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1인가구와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플렉스팬은 지난해 초 출시 이후 현재 월(月) 3만개씩 팔리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해피콜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도움을 받아 내년까지 1개 생산라인을 완전히 스마트공장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이미 해피콜은 1개 생산라인에 1단계 스마트화 공정을 완료했고, 생산라인에는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일 해피콜의 구상대로 1개 생산라인이 성공적으로 스마트공장으로 완성되면 생산량(케파)이 1.5배~2배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1개 생산라인에서 하루 4000개 제품이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6000~8000개까지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다. 해피콜은 이같은 스마트공장화를 통해 제품 생산의 효율화와 원가 절감 등을 추구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 해피콜 공장 생산라인 ⓒ 뉴스1 조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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