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케이드 보일러'가 편법?…대형 보일러 기업 "억울"(종합)

중소업체 "대기업이 법망 피하며 시장 잠식…검사받아야"
대기업 "법 지키고 있는데…좋은 제품 선택은 시장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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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형 업체의 편법 vs 소비자의 선택"

상업용 보일러 시장을 둘러싼 중소업체와 대형업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중소형 보일러 업체들이 대형 업체들이 편법을 동원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대형 보일러 업체들은 제품이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와서 편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이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한 결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이 법망 피하며 상업·산업용 보일러 시장 잠식"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정용 보일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캐스케이드 보일러'를 앞세워 상업·산업용 보일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에너지공단의 설치검사나 전문관리요원도 두지 않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스케이드(Cascade) 시스템은 가정용 보일러나 온수기를 병렬로 연결·제어해 중대형 건축물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정용 보일러 여러 대를 하나로 묶어 '상업용 보일러' 역할을 하는 셈인데, '개별난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텔이나 목욕탕 등 상업용 시설에서 각광받고 있다.

보일러조합은 "그동안 보일러 시장은 대기업·중견기업이 진출한 '가정용 보일러'와 중소기업 위주의 '상업·산업용 보일러'로 시장이 분리돼 운영됐다"며 "하지만 대기업이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시장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일러조합은 "캐스케이드 시스템으로 가동하는 가정용 보일러는 2대에서 최대 64대까지 병렬로 연결돼 하나의 그룹으로 통제·가동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하나의 상업용 보일러로 가동되는 셈인데 한국에너지공단의 설치검사는 받지 않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전열면적 14㎡, 최고사용압력 0.35㎫(메가파스칼)을 초과하는 보일러는 설치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보일러는 이 기준치에 미달하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캐스케이드 방식으로 연결된 가정용 보일러는 사실상 '상업용 보일러'의 역할을 수행하고, 열량도 그에 맞먹기 때문에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보일러조합의 주장이다.

보일러조합은 "중소 보일러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캐스케이드 보일러의 합계 용량이 20만kcal/h 이상인 경우 산업용 보일러와 동일하게 한국에너지공단의 열사용기자재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스케이드 방식으로 병렬 연결된 가정용 온수 보일러(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 제공)ⓒ 뉴스1

◇"적용 법 다르고 검사 모두 통과…매출 비중 1%인데 '잠식' 이라니"

하지만 귀뚜라미·경동나비엔 등 '캐스케이드 보일러'를 공급하고 있는 대형 업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캐스케이드 보일러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사용된 보일러인 데다, 보일러조합이 요구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적용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상업·산업용 보일러보다 캐스케이드 보일러가 환경·효율·가격 면에서 앞서고, 안정성까지 좋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라며 "대형 기업은 가정용, 중소기업은 상업용 보일러만 공급하도록 규정된 것도 아닌데 이를 '잠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나비엔 관계자는 "보일러조합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정용 보일러는 이른바 '액법'이라고 하는 '고압가스법'과 '액화석유가스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제품 성능보다 1.5배 높은 수준의 설치검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액법의 적용을 받는 보일러나 압력용기에 대해서는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적용할 수 없는데, 이를 '편법'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캐스케이드 보일러는 각각의 보일러를 개별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 상업·산업용 보일러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효율도 높은데다 가격 경쟁력도 앞서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보일러 기업 관계자도 "캐스케이드 보일러는 2000년대 초부터 10년 이상 시장에 공급돼 왔다"며 "이 시점에서 '편법'이나 '잠식' 논란이 이는 것은 난처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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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하는 에너지공단 "이중규제 위험 있어"

한국에너지공단도 '캐스케이드 보일러'를 두고 고심 중이지만, 캐스케이드 보일러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적용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중규제' 위험성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보일러조합의 요청에 따라 캐스케이드 보일러를 쓰는 현장에서 2차례 점검을 진행했다"며 "모두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설치검사를 통과한 가정용 보일러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도 액법의 적용을 받는 보일러나 온수기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법적 한계'를 들면서 "캐스케이드 보일러에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적용하더라도 '이중규제'가 되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정용 보일러는 액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설치검사를 받는데, 한국에너지공단의 설치검사까지 받게 되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보일러 조합과 업계의 입장을 수렴하면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캐스케이드 보일러에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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