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0만 시대…"유치 규모보다 어디에 머물고 경험할지 설계해야" (종합)

상반기 지방공항 입국 238만 명·비중 20.7% '역대 최고'
K팝·프로야구·드라마 IP 연계…체류·소비 연결 과제

서울 중구 덕수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 관광의 과제가 '얼마나 많이 유치할 것인가'에서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지방공항 입국객과 비수도권 숙박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K-팝·프로야구·K-드라마 등 콘텐츠를 지역 관광과 연결해 외국인의 체류와 소비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관광공사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2회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방공항 외국인 입국 비중은 2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국객도 전년 동기 대비 42.1% 증가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올해 7월까지 방한객이 12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고, 지방공항 입국객도 238만 명으로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세를 지역 체류와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 소비액도 12조 85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했고, 비수도권 소비액은 56.9% 늘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방공항 입국 42%↑…성패 가른 '노선 공급'

지방공항의 성장세는 공항별로 엇갈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출입국·항공 노선·통신·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청주공항 외국인 입국객은 전년 대비 109.1% 증가한 반면 대구공항은 2.6% 증가에 그쳤다.

청주공항의 저비용항공사(LCC) 운항 편수는 44% 늘었지만 대구공항은 감소했다. 강재완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전문위원은 "지방공항은 LCC 노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노선 공급을 확대하면 수요가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성승면 청주공항장은 지난해 10월 국제선 운항 편수가 국내선을 넘어섰고, 올해 8월 1일에는 하루 여객 1만 950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주 거점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현재 9대인 항공기를 내년 13대로 늘리고 국제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정문 에어로케이 본부장은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다"며 노선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를 강조했다.

그러나 ,입국객 증가가 지역 체류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청주공항 입국 외국인의 34%가 수도권으로 이동한 반면 대구공항은은 입국객 증가폭은 작았지만 대구·경북 권역 체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김해공항은 입국 외국인의 50% 이상이 부산에 머물고 수도권 이동은 1.9%에 그쳤다.

외국인 숙박 29%↑…K팝·야구가 '머물 이유'

지역 숙박시장에서도 외국인 수요가 커졌다.

이현정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허브팀 대리는 "최근 1년 외국인 숙박 총량은 3년 전보다 29% 증가했다"며 비수도권 비중도 39.9%에서 43%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숙박 형태도 달라졌다. 스파·월풀·풀빌라 등 숙소 내부에서 쉬는 형태보다 골프장·온천·워터파크 등 숙소 주변 대형 레저시설과 연결된 수요가 증가했다.

K-팝 공연과 프로야구도 체류 수요를 만들었다. K-팝 공연 주간 외국인 숙박 예약은 20.9% 증가했고, BTS·블랙핑크·스트레이 키즈 등 대형 공연에서는 619% 급증했다. 프로야구 역시 경기 후 숙박 예약이 14.5%, 포스트시즌에는 41.3% 늘었다. 비수도권 증가율은 20.5%로 수도권의 4.9%를 크게 웃돌았다.

이 대리는 "경기 관람을 숙박 관광과 연계한다면 반복적인 체류 수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재완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전문위원이 데이터 기반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K-드라마도 '촬영지' 넘어 관광 동선까지

K-드라마 역시 흥행 이후 촬영지를 홍보하는 데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관광객이 찾아가고 경험할 동선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부사장은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현실 공간과 관광객의 행동을 함께 설계하는 'IP 코딩'을 제안한다"며 "일본 하코다테와 뉴질랜드 호비튼 사례처럼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지역과 협력해 공간뿐 아니라 교통·체험 동선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강릉 '도깨비' 촬영지 등을 활용해 드라마 속 장면을 관광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공간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방안을 한국관광공사와 검토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이야기가 있다고 여행이 되는 일은 절대 아니며, 숙박도 있어야 되고 이동도 해야 되고 실제 지역에서 경험할 것도 있어야 한다"며 "콘텐츠 회사는 찾아갈 이유를 만들고 지자체는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하며 관광공사는 이것들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는 여행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여행한 이유를 만든다"며 "우리가 사랑했던 이야기에 장소를 연결하는 길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